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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 가려야 할 조재윤 하사 죽음의 진실

계곡 사망 육군 하사 사건 기자회견... "이것이 미필적 고의 살인이 아니면 무엇이 살인인가"

등록 2023.05.17 14:58수정 2023.05.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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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오전 11시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고 조재윤 하사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 변상철


2021년 9월 6일 가평의 한 계곡에서 하사관 한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 수영을 하지 못해 수영이나 물놀이를 꺼렸던 조재윤 하사가 선임들의 권유에 마지못해 물에 들어갔다 벌어진 일이었다.

조 하사의 유족은 단순한 물놀이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고 봤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조 하사를 선임부사관들이 위계와 강압에 의해 물에 들어가게 했다며 군의 수사를 요구했고, 군은 수사를 통해 함께 물놀이를 했던 선임부사관들의 권유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군 수사기관은 사건 초기 물놀이 중 단순 사망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몇 개월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익사 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은 재수사에 돌입했고, 결국 선임부사관들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기소에 따라 수개월의 군사법원 재판이 진행되었고, 결국 지난 3월 23일 제2지역군사법원 제3부에서는 가평 계곡에서 물놀이 중 사망한 고 조재윤 하사 사건에 대해 계곡에 함께 갔던 중사 A와 하사 B에 대해 '위력행사가혹행위'의 점은 무죄를 선고하고, '과실치사' 혐의만을 적용해 이들에 대해 각각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계급에 의한 위계질서가 확실한 군의 특성상, 후임부사관 입장에서 선임부사관의 물놀이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실제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보통검찰부 수사 기록에 의하면, 선임 부사관들(피고인)이 조재윤 하사에게 물놀이를 제안했을 때 조 하사는 "저, 방 청소해야 합니다"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선임부사관들(피고인)들이 재차 놀러 가자고 제안했고, 결국 더이상 거절하지 못한 조 하사가 승낙했다는 것이 수사기록에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기록들마저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고, 단지 선임부사관들이 물놀이 상황에서 물놀이 안전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부주의'를 인정해 '과실치사'만 인정한 것이다.

당시 물놀이에 참여했던 선임 부사관들이 작성한 군 진술조서에는 '피고인(선임부사관)의 물놀이 제안을 피해자(조 하사)가 거절하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는 조 하사가 물놀이 동행 결정을 임의적 자유의사에 의해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선임 부사관들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록의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피해자 조 하사는 선임부사관들의 수차례에 걸친 물놀이 제안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계급과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군의 특성상, 수차례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선임부사관들이 후임부사관인 조 하사를 계곡으로 데려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력'의 개입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군대 내 반장으로서 같은 팀의 팀장이었던 선임부사관은 조 하사 입장에서 업무상 지시, 복종 관계의 상관이기에 그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한 선임부사관들은 조 하사가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조 하사의 안전을 위한 튜브나 구명조끼 등을 전혀 갖추지 않고 계곡으로 향했다. 이 점도 사망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

조 하사가 사망한 가평의 계곡은 이미 2014년에 물놀이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곳으로 선임부사관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물놀이 장소로 이동하는 입구에 물놀이를 금지하는 표지판과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물놀이 장소로 이동했던 것이다.

"수영 하지 못하는 사람을 물에... 이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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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재윤 하사 죽음에 대한 군수사단의 조사결과 내용 중 일부. 결국 조 하사는 선임부사관들이 구해줄 것이라는 말 뒤에 다이빙을 시도했다. ⓒ 변상철

 
이에 더해 선임부사관들은 피해자가 다이빙 이후 물에 빠질 경우 구조하겠다는 말을 해 조 하사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조 하사의 유족에 따르면, 군 수사 기록 중 평소 선임부사관 중 한 명인 부사관 A는 욕설을 섞어가며 대화하는 습관이 있었다는 사실이 기재되어있다고 한다. 상대방의 상황과 관계없이 자신의 감정에 따라 욕설을 사용하는 선임의 말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후임 부사관의 입장에서는, 욕설 섞인 선임부사관의 대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군의 부실한 조사와 군 검찰의 부실한 기소, 그리고 1심 군사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 유족은 5월 17일 오전 11시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그리고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와 함께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1심 군사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항소부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과 군검찰의 올바른 재판과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망한 조 하사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윈 원곡)는 "이미 4개월 전에도 물놀이 행사를 한 점, 조 하사가 수영을 할 줄 몰라 물놀이를 꺼렸던 점, 물에 빠질 경우 구해주겠다는 선임부사관들의 약속 등으로 인해 물에 들어갔던 조 하사가 죽었다는 점을 볼 때, 결국 이러한 강요와 선임들의 약속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렇기에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는 주장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임부사관들의 변호인들이 법원에 제출한 '변론요지서'에서조차 "위력행사가혹행위와 과실치사죄가 하나의 공소장에 논리적인 모순 없이 함께 기소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위력행사가혹행위'가 성립된다면 '과실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 혐의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 조아무개씨는 "가기 싫다는데 권유하고, 수영하지 못하는 조 하사를 데리고 계곡으로 갔다. 물에 빠지면 구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다이빙 한 조 하사가 결국 죽음으로 돌아왔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물에 빠지게 해 죽게 만든 이은해 계곡 사건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면 무엇이 살인이란 말인가"라며 울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제 진실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이 사건 기소를 맡고 있는 군 검찰은 유족의 주장과 군 수사기록에 기재된 위력, 위계에 의한 강압적 행위로 인해 조 하사가 사망했는지 여부, 즉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여부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를 기소 항목에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구해주겠다는 선임들의 말을 믿고 다이빙을 시도하다 사망"한 조 하사가 위력에 의한 강요된 행위로 사망했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한 진실을 가려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소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그룹입니다.
#파이팅챈스 #FIGHTING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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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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