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대회에서 발언하는 노동자와 단체 활동가
이건희
정부의 관리감독에 대한 기대, 하지만 현실은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는 한국정부(고용노동부)가 알선한 업체에서만 취업이 가능하다. 취업알선을 정부가 독점하는 구조다. 고용허가-입국-체류-출국 등 취업 및 체류관리 전반의 관리, 감독을 정부가 독점하고 관리한다는 점은 경우에 따라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외국인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취업하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신뢰보다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갖고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 및 퇴직금 미지급 문제를 일부 예방하고자 외국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사업주는 '임금체불 보증보험'과 '출국만기보험(퇴직연금 해당)'에 가입하도록 한다. 보증보험 제도는 임금체불에 대해 최대 400만 원 범위 내 입금 지급을 보증한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임금체불보증보험과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최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A씨의 경우, 사업주는 해당 보험 모두에 가입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에서는 뒤늦게 보험 미가입 사유로 고발조치했다. 이 건에 대해 사업주는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3개월 이상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 고용허가기관의 장은 해당 사용자에 대한 고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정부는 A씨에 대한 고용허가를 진작에 취소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으며 근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A씨는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사실상의 취업사기를 당한 셈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는 폭행, 임금체불, 재물손괴 등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을 위반했다. 이런 이유로 A씨는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한동훈)과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일제의 '강제징용'과 비교하면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과연?
이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는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건 단지 체불이 아니라 '임금 절도', 더 나아가 '임금 강도'"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일제강점기 일제 기업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을 우리는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부른다. 한국의 노동력 부족으로 아시아 16개국의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제도는 '고용허가제'라 불린다. 한국 정부가 소개하고 알선한 농장에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출국할 수밖에 없는 아시아 청년들은 고용허가제를 뭐라고 부를까? 일제의 강제동원을 비판하는 우리에게 묻고 싶다."
노동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수천만 원에 이르는 임금을 수백만 원의 벌금으로 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이것을 정부가 묵인한다면, 사업주가 이 두 가지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는 당연해 보인다. 외국인 고용허가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거나, 고용허가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하는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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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원 '임금 절도'에 손 놓고 있는 정부,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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