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숙지를 공지로도 내보냈건만.
권유정
미래 세대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앉은자리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물론 그게 온전히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잘 다룬 덕분에 과도한 소액결제나 피싱사기, 심지어 대출까지 받아 문제가 생기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상황판단이나 조절 능력 등이 미숙한 아이들을 우려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전의 세대가 스마트폰의 편리함 없이도 필요한 것들을 다 하며 살았으니 굳이 가르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님의 세대와 나의 세대가 다르고, 우리 아이들의 세대는 또 다르다. 은행, 공공기관, 쇼핑 등 삶에 필수적인 여러 영역에서 직접 대면하여 처리하는 창구는 급격하게 축소되고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미래는 더 빨리, 더 많이 변화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개인정보를 인증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평생 보호자가 대신해 줄 수도 없다.
시대는 변하고 교육도 변해야 한다. 아이들의 삶에 꼭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대가 아닌 아이들의 시대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못 할 거라는 생각과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로 제한하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삶에 유용한 기술들을 최소한의 도움으로 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적을수록, 타인에게 의존하는 영역이 클수록 자신을 보호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학생 혼자도 어렵고 부모님도 협조가 어려운 경우, 개인정보를 모두 공유하며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학교를 신뢰하는 건 감사한 일이나 앞으로를 생각하면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사람들만 주변에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악의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자신의 계좌에 입출금되는 금액을 확인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알릴 수 있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게 아닌가.
아이들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는 기술은 능력 이상으로 빨리 배우기도 한다. 글자를 잘 모르는 아이들도 즐겨보는 유튜브 영상 등은 기가 막히게 찾아 들어간다. 인터넷 아이콘을 탁 누르니 검색창이 뜨고, 'ㄱ' 자판을 누르니 자동완성으로 '구글'이 나오고, 'ㅇ' 자판을 누르니 '유튜브'가 자동완성되고, 원하는 영상 목록이 주르륵 뜨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감탄한 적도 있다.
기술의 발전이 새롭고 유용한 방향뿐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의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도 더 폭넓게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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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의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안학교의 특수교사로 1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자립을 꿈꾸며 열심히 삶을 준비하는 발달장애인들을 보며 장애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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