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나의 노란 리본독립운동으로 투옥된 사람들이 돌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의 상징
유종선
우주는 쫑알쫑알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가이드께 보태고 싶어 했다. 담임 선생님에게 손 들고 발표하고 싶은 학생처럼. 주변에 민폐되지 않게, 가이드의 말이 꼬이지 않게, 우주가 실망스럽지 않게 제지하는 것이 나의 주요 임무였다. 가이드 분도 여유로울 때, 혹은 우주가 너무 좌절하지 않게 필요한 만큼 잘 거들어 주었고, 같이 다닌 여행객들도 따뜻한 웃음으로 받아주었다.
어린 아들과 아빠의 여행은 무심한 듯 시크하지 않다. 끊임 없이 아이의 동선과 감정을 체크하고 있어야 하되, 너무 매달리는 느낌도 주지 않아야 한다. 남의 눈 때문이라기 보다는, 효과적인 훈육 관리를 위해서. 쓰다보니 TV나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는 반려견 교육 이야기 같기도 한데, 정말 어느 정도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예전 어르신들이 손주를 '우리 강아지'라고 괜히 부르신 게 아니다.
하루를 같이 다닌 분들 중 몇 분이 대화를 걸어주셨다. 아이와 함께 했던, 가족과 함께 했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눴다. 모두에게 이런 여행은 언제든 다닐 수 있는 게 아니다. 간신히 시기와 사정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여행 이야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잠시 자기 인생의 타임라인을 전체적으로 되짚는 순한 표정을 하게 된다. 그 표정을 잠시 나누는 느낌이 좋았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고 가이드님께 메시와 메시 아버지가 좋아한다는 고깃집을 소개 받았다. 우주야 너 고기 먹을래? 싫다고 할 턱이 있나. 아이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던, 바 형태인 식당 외관에 잠시 망설였으나, 직원들은 친근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스페인의 저녁 식사 치곤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 손님이 없었다(스페인은 점심도 저녁도 주 시간대가 늦는 편이라는 걸 가이드북을 보며 알았다).
메시의 M자도 꺼내지 않았는데, 우리를 메시의 사인저지 아래로 안내해주었다.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가 여긴가 보구나. 한 종업원은 카운터에 있던 모조 줄리메 컵을 들고 오더니 무릎 꿇고 아들에게 바쳤다. 이건 즉흥적인 서비스였던 것 같다. 줄리메 컵은 크키만 좀 작았지 무게와 디테일과 질감이 매우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