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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에서 점자 표기를 본 적 있나요?

[다 다른 몸, 그리고 월경①] 시각장애 여성의 경우

등록 2023.05.23 18:17수정 2023.06.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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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로 월경에 대한 사회적인 침묵과 터부를 깨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해, 여성들의 월경 경험을 가시화하고 사회 의제로 공론화하기 위해 매년 '월경 말하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제7회 월경 말하기 주제는 '다 다른 몸, 그리고 월경'입니다. 장애여성의 월경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자말]
매달 시작되는 월경, 그러나 모두가 같은 월경 기간을 보내지 않는다. 각자의 신체적, 경제적, 문화적 조건과 환경에 따라 다른 월경을 경험한다. 여성환경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기획한 2018년 '월경 페스티벌 연속기고'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여성의 기고를 통해 일회용 생리대 외의 대안 월경용품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논의되었다.

[관련기사] '생리컵'이란 신세계, 장애여성은 왜 경험하지 못할까 https://omn.kr/r9r0

2023년에는 다 다른 몸의 월경을 기록하기 위해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이자, 싱어송라이터,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가희님을 만나 시각장애여성의 월경 경험을 인터뷰했다.

드러나지 않는 시각장애 여성의 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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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이가희님의 모습 ⓒ 여성환경연대


"월경이 언제 시작하는지, 언제 끝났는지 확인하는 게 불편할 때가 많아요. 오히려 월경용품을 교체할 때는 괜찮아요. 양이 많은 날에는 더 자주 교체하고 보통 때에는 5시간마다 교체하는데 월경이 시작할 때에는 시작했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할 때가 많잖아요. 월경인 줄 알았는데 냉일 때도 있고. 저는 전맹은 아니지만 속옷이 검은색이거나 할 경우에는 월경혈이 묻어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요.

최근 SNS와 유튜브를 통해 장애여성 당사자들이 말하는 월경 경험이 콘텐츠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월경에 대해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이 오랫동안 터부시된 만큼, 장애여성의 월경 경험은 더욱 더 공론화되기 어려웠다.

다양한 월경용품 교육의 필요성

"서울의 한 청소년 지원기관에서 사춘기 여성 청소년을 위한 월경 정보 안내서를 점자 책으로 제작했을 때 참여 한 적이 있어요. 시각장애 여성으로 제가 성장기 때 느꼈던 경험을 에피소드로 제공했어요. 지원기관에서는 점자 책을 무료로 배포하며 여성 청소년들에게 제공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연락을 드렸는데 몇몇 보수적인 맹학교와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해요. 한국사회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장애여성에 대한 편견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장애여성이 성에 대해서 알면 안된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탐폰을 6년 전에 처음 알았어요. 그때는 무서웠는데 3년 전 하와이에서 수영을 하면서 써볼 용기가 났어요. 탐폰은 물놀이를 할 때에도 사용할 수 있어서 편하더라고요. 내가 탐폰을 일찍 알았다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휴가철에도 그렇고 수영할 때에도 그렇고.

그래서 학교에서도 탐폰이나 생리컵 같은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해 알려주면 좋겠어요. 다양한 걸 만져보기도 하고 이런 방식이 있다고 소개도 받고. 월경에 대해 배우는 건 자기 몸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잖아요.

저는 월경 주기를 체크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주기를 확인하면서 내 몸을 더 잘 알게 됐어요. 호르몬 변화로 감정이 요동칠 때 자신을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내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내 몸을 알고 챙기는 방법,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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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월경 및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나요? ⓒ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2020년,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중 학교에서 받은 월경 교육의 내용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는 76.7%에 달했다. 대부분의 청소년이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월경 교육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46.1%는 온라인에서 월경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39.7%는 가정이라고 답해 자신의 몸과 월경, 관련된 용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월경 교육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의 교육이 중요한데 학부모도 월경이나 성교육을 받았다면 초경이 시작됐을 때 '빨리 가려!' 이러는 것처럼 월경을 숨겨야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부모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야 아이들도 같이 배울 수 있잖아요.

특히, 시각장애 아이가 있는 부모님이라면 월경이 시작됐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려줄 수 있도록 교육을 받으면 좋겠어요. 또 맹학교 남학생들에게도 월경 교육이나 성교육이 필요해요. 신체 부위의 모형을 만져보면서 나와 다른 몸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고요."


매월 사용해야하지만, 점자 표시 없는 생리대

"평소에는 온라인으로 생리대를 구매해요. 매장에 방문해서 살 때에는 남자친구나 활동지원사가 가격이나 제품명을 읽어주기도 해요. 그런데 갑자기 월경이 시작될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가까운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구매하는데 점원에게 생리대를 봐달라고 부탁해요. 남성 점원일 때도 있고… 브랜드나 가격을 읽어주면 '제일 저렴한 건 뭐예요?'라고 물어서 구매하는 편이에요.

사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할인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매장마다 가격이 늘 달라서 점자 표시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브랜드명이나 사이즈, 날개형인지 아닌지, 순면인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점자로 표기됐으면 좋겠어요."


이가희님은 평소 월경 기간에 생리대를 구매한 경험에 대해 말하며 점자 표시된 생리대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몇몇 기업이 점자가 표시된 월경용품 출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시중 매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생리대 브랜드평판 순위 상위 28종을 참고하여 생리대 32종을 직접 구매해 점자 표시 여부를 확인해보았다. 32종의 생리대 중, 점자가 표시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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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표시가 도입된 의약품의 모습 ⓒ 신신제약


2021년 개정된 약사법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의약품과 의약외품에 점자 및 음성·수어영상변환코드를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법제화됐다. 그러나 생리대는 언제 점자표시가 의무화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개정된 법안에서 월경용품은 의무표기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안은 편의점에서도 구매가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은 의무표기대상으로 규정했지만, 그외의 의약품, 의약외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표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생리대와 같은 월경용품은 매월 일주일 동안 사용하는 생필품인 만큼, 월경용품 점자 표시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대되어야 한다. 

어디에도 없는 점자 표시... 시각장애인 점자 사용률 9.6%

"스웨덴이 복지 선진국이라고들 하죠. 스웨덴에 갔더니 과자에도 점자가 표시되어 있었어요. 어디에나 점자가 표시되어 있다는 건 그만큼 일상에서 다양한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되는거예요. '손가락으로 글자를 읽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무의식에서 알게 되는 거죠.

한국은 점자 표시가 잘 안되어 있어서 점자를 아는 사람들이 10% 미만이라고 해요. 점자를 배워도 쓸 데가 없으니까 배우지 않는거죠. 생리대에도 점자가 표시될 만큼 많은 곳에 점자가 표시되어 있으면 배우는 사람도 늘어날 거예요."


한편, 국립국어원이 출간한 '2021년 점자 출판물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중 점자 사용이 가능한 경우는 9.6%에 불과했다. 시각장애인 중 90.4%가 점자 사용이 불가한 것이다. 생활 속 점자 사용이 확대됐을 때 시각 장애인의 점자 사용율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장애여성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있어요. 장애여성이 여성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무성적 존재라고 생각해요. 장애여성은 임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장애 학교가 월경 교육이나 성교육을 거부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죠.

그런만큼 우리 주변에 다양한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생활 곳곳에 점자가 있고 장애인 화장실과 비장애인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지 않으면 어떨까요. 장애인 화장실은 유아차를 끌고 있는 여성, 무거운 짐이나 캐리어를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해요. 굳이 구분되어질 필요가 없는거죠.

구별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봐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명칭부터 장애인, 비장애인 용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곳이든 다양한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점자가 어디에나 있으면 '아 이런 문자도 있구나'하고 친숙하게 알 수 있잖아요."


모두를 위한 월경권, 다른 몸에 대한 이해

"여성이나, 기혼자 대상 복지에 대한 반발이나 임신과 군대를 비교하는 것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현장에서 상사가 남성인 경우, 생리휴가를 반려하기도 하는데 남성들도 월경에 대해 배운다면 생리 휴가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가희님은 월경 교육 등 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을 통해 나와 다른 몸을 알게 된다면 관련된 제도가 보다 반발 없이 합리적으로 수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하기 위해서는 생리대 점자 표시, 장애인/비장애인 구분이 없이 누구나 사용가능한 화장실, 월경하는 몸에 대한 이해를 가진 직장 동료 등 나와 다른 몸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일상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생리대에 점자가 표시되었을 때 월경하는 시각장애여성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듯이, 모두를 위한 월경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활방식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세계월경의날 #여성환경연대 #월경 #장애여성 #월경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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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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