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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아이들과 집에서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표고버섯과 닭안심으로 만든 가족표 피자... 피자의 맛에 따뜻한 가족의 기억 남길

등록 2023.05.27 11:28수정 2023.05.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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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피자를 먹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만들어서."
"응?"
"엄마랑 피자 만들어서 먹고 싶어."


홈베이킹을 가끔 취미로 하는 엄마를 둔 덕에 우리 집 형제들은 말만 하면 뚝딱 피자를 만들어 먹는 줄 알고 있다. 피자 도우 만드는 밀가루 반죽 놀이부터 함께 할 때가 많으니 피자 먹고 싶다는 말은 엄마랑 요리하고 싶다는 말과도 같다.

표고버섯과 닭안심으로 만든 가족표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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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인 재료 치킨 너겟 반죽과 말린 표고 버섯 ⓒ 한제원


대강의 재료는 언제나 집에 있다. 드라이 이스트, 강력분, 토마토 파스타 소스, 피자 치즈가 있으면 나머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넣고 빼고 가 가능하다. 감자가 많은 여름에는 감자피자, 고구마가 많은 겨울에는 고구마 무스 피자, 장보기 할인 쿠폰이 들어오면 이탈리안 살라미를 구매하여 살라미 피자를 만들기도 하고, 소고기 다짐육과 토마토 페이스트를 섞어 소고기 토마토소스를 만들어 미트 피자를 만들기도 한다. 주인장인 엄마 마음이다.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다. 맛으로는 실패할 일이 적은 것이 홈메이드 피자의 가장 큰 장점이다. 모양이 좀 고르지 못할 수도 있고 재료를 너무 듬뿍 넣은 나머지 예쁘게 커팅이 안 될 때가 있지만 집에서 좋은 재료를 듬뿍 넣어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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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쓸모 반죽 치대기 ⓒ 한제원


덕분에 오늘은 아침부터 반죽을 치댔다. 보통 하던 피자 도우와는 조금 다르게 생크림과 우유를 넣어 부드러운 빵반죽을 택했다. 피자 반죽 도우 레시피를 따라도 쫄깃하고 좋지만 남은 반죽으로 피자만 만들어야 하니 그 부분이 조금 아까워서 이번에 반죽이 남으면 다른 빵, 모닝빵이나 소시지빵을 만들 생각이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져 실온 발효도 금방 된다. 반죽이 커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내가 어릴 적에도 집에서 엄마가 피자를 만들어 줬다. 때는 1980년대, 피자 치즈며 소스가 어디에서 났는지 의문이다. 피자라는 음식이 잘 알려지기나 했을 때였을까, <응답하라1988>을 보면 스파게티를 비빔국수처럼 손으로 쓱쓱 비벼 나누어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딱 그 시절 우리 엄마는 집에서 피자도 만들어 줬다.


주로 내가 아프고 나았을 때, 이것 저것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치즈가 들어가 영양가가 높은 피자를 해 주면 창백하게 말랐던 내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고 엄마가 그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피자는 맛있었나 보다. 아프고 나아서 입맛도 없었을 텐데 엄마가 해준 피자를 맛있게 먹고 회복을 했다 하니. 그 아이가 커서 집에서 반죽을 치대 피자를 만든다. 영양만점으로 맛있게 만들어 아이들을 먹인다.

"이 피자 우리가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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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피자 피자 ⓒ 한제원


오늘의 피자는 이번주 내내 뜨거웠던 햇볕에 채 썰어 말려 둔 표고버섯과 다진 닭 안심으로 만들어 둔 치킨 너겟 반죽이다. 랩으로 소분하여 냉동실에 얼려두었는데 치킨 피자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꺼내서 해동하였다. 시판 토마토 파스타 소스에 말린 버섯을 잔뜩 넣고 끓여서 졸여 피자 소스를 만들어 식혀 두고 해동이 된 치킨 너겟 반죽을 짜는 주머니에 넣는다. 냉장고에 잠자던 피자 치즈를 꺼내 오니 준비 끝.

피자팬에 반죽을 밀어 놓고 소스를 붓고, 짜는 주머니에 있는 치킨너겟을 짜 넣으니 아이들은 똥 나온다, 똥, 하면서 깔깔 웃는다. 그놈의 똥이란 말로 몇 살까지 웃을 수 있으려나. 똥을 말하며 웃는 아이를 보며 나도 웃으니 마흔 살까지 가능한 똥 마법인가 보다. 치킨 너겟 반죽을 넣고 마지막으로 빈 곳 없이 치즈를 올리니 오늘의 피자 준비가 완성이다.

소스에 표고버섯이 많이 들어갔고, 치킨 너겟에도 온갖 야채들이 다져서 들어갔으니 오늘의 홈메이드 피자는 그야말로 영양이 만점이다. 오븐을 예열하고 설거지를 하니 피자가 완성이다. 고온에서 빠르게 구워지는 피자의 장점, 일요일의 브런치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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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브런치 맛있는 피자. ⓒ 한제원


뜨거운 피자를 그릇에 담아 한 김 식힌 후 치즈가루, 케첩, 핫소스를 각자 알아서 뿌려 먹으니 근사한 브런치 완성이다. 이탈리안 피자도, 미국식 피자도 아닌 그냥 우리 집 피자이다.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다양한 사이드디쉬는 없지만 피자에 음료수만 먹어도 맛이 좋다.

"이 피자 누가 만들었지?" 하는 대답에 "우리"라고 대답하는데, 그 우리라는 말이 듣기가 좋다. 우리라는 단어가 아이들의 기억 속에 피자의 맛있는 기억으로 저장되면 참 좋겠다. 아이들이 평생 먹게 될 피자에도 우리 가족이라는 따스한 기억이 포함되면 더 좋겠다. 그러라고 피자를 만든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홈베이킹 #홈메이드피자 #피자만들기 #키즈쿠킹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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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 교육과 독서, 집밥, 육아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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