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는 기념일일 때 먹는 것, 아니면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최은경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을 계속하면 세상이 날 돕는 것인지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민하던 주제의 힌트를 얻기도 한다. 얼마 전, 읽던 산문집에서 아래의 문장들을 만났다.
"본질적으로 케이크는 사랑의 토대 위에 차려지는 음식이다. 케이크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내는 손을 상상해보라.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뻔히 알아도 매번 처음인 듯 환호하게 만드는 힘이 그 손에 있다. 케이크가 있는 날은 언제든 생일이다. 기념일이다. 어쩌면 케이크는 인간의 모든 날에 필요한 것 아닐까. 기쁨의 축제뿐 아니라 슬픔의 축제, 고통의 축제가 한창인 날들에도." -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58p
케이크는 기념일일 때 먹는 것, 아니면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슬플 때, 고통 속에 있을 때 먹어도 좋을 음식이라니. '내가 널 생각하고 있어. 네가 슬플 때에도 난 널 축복해. 살아있는 널 응원해. 네가 있어 고마워'라고 말하며 친구와 함께 달디단 케이크를 먹고 싶어졌다.
며칠 뒤 유튜브를 보다가 또 다른 케이크를 만났다.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유튜브 채널에서 최화정의 집을 공개했는데 곳곳에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난 작품 중 큰 케이크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게리 코마린의 <케이크>란 작품이었는데 최화정은 환갑 때 자신에게 커다란 케이크를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큰 맘 먹고 샀다고 했다. 케이크는 그 상징성이 대단해서 그림만으로도 사람의 기분을 바꾼다. 행복감과 위로를 느끼게 한다.
친구와 약속 날짜를 잡고 약속 장소 근처 케이크 맛집을 찾았다. 책에 있던 문장들과 케이크 맛집 링크를 카톡으로 보냈다. 그러고는 몇 글자를 덧붙였다.
'그날 만났을 때 너에게 케이크를 사주고 싶어. 널 위해 엄청난 케이크 맛집을 알아놨어.'
좋다는 친구의 답문이 왔다. 이젠 케이크 그림을 준비할 차례. 사실, 케이크 그림은 없지만 케이크 엽서는 있다. 케이크 엽서 뒷면에 오래 고민한 내 진심을 적었다. 시간을 들여 케이크 맛집을 찾고 엽서를 적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위로의 말이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빨리 위로하려고 해서가 아니었을까. 사람을 위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