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가 가고 난 뒤에 홀로 계셔야만 되는 어르신들은 정서적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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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어르신마다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은 "그만 가고 싶어! 그만두고 싶어..."였다. 진실이면서도 진실이 아닌 말, 고통스럽고 힘든 나날들 속에 우울감과 미안함으로 인해 나온 말이다.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며, 포기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고, 서운하면서도 미안한 마음, 그 속에서 능동이 아닌 수동적으로 삶의 줄을 잡고 겨우겨우 버텨내면서 내뱉은 말이다.
그나마 요양보호사가 근무하는 3~4시간 정도는 가사 및 일상생활이나 불편하신 부분에 도움을 드린다. 그리고 같이 대화를 나누며 정서 활동을 하고 그림 그리기나 퍼즐 맞추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그러면 미소도 지으시고 편안해 하지만, 요양보호사가 가고 난 뒤에 홀로 계셔야만 되는 어르신들은 정서적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과 마주한다. 형편이 괜찮으신 어르신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육체적으로도 아프고 힘들어 일을 할 수 없는, 전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실내에서도 휠체어에 의지해 혼자 계셔야 되는 어르신도, 본인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도 치매를 앓고 계시는 배우자를 돌봐야 하는 어르신도, 오랜 시간 누워 있는 아내를 돌보다 아내보다 어르신이 먼저 돌아가시는 경우 등 모든 상황에서도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인 말이 있다.
"자녀분들은 자주 오나요? 힘들지 않으세요?"
"애들은 너무 바빠, 회사에 다니는데 일이 많아..."
"지들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오라고 해, 보태준 것도 없는데 잘 살아주면 고마운 거지."
"내가 더 아플까 봐 걱정이야, 지금도 애들한테 짐이 되는 거 같아 미안한데..."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 탓을 하지 않고 불효 자식도 감싼다. 필자도 자녀지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골에 계신 엄마께 잘 내려가지 못한다. 올라오셔서 같이 살자고 말씀드려도 본인이 싫어하신다.
자식에게 불편을 준다는 생각과 60년 이상 살았던 곳을 떠난다는 것은 엄마께는 또 하나의 두려움이고 불편함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엄마 혼자 사시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 다른 가정의 상황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르신과 상담을 하고 나올 때면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다. 지난달 만나고 온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을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워 며칠 동안 멍 때리는 시간도 길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한 달에 한두 번 방문하는 데도 어르신들은 사회복지사를 기다리신다.
방문할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외울 정도로 반복하시지만, 새로운 이야기인 듯 재미있게 들어주다 보면 어르신은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지시고 눈에는 생기가 돈다.
"그만 가고 싶어..."라는 짧은 말에는 너무나도 많은 말들이 숨어 있다. 어쩌다 한번 부모님 댁을 방문하더라도 짧은 말속에 숨어 있는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고 풀어드렸으면 한다. 그래서 한 마디라도 더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 삶의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드렸으면 좋겠다.
그것이 쉬우면서도 자식이 할 수 있는 가장 진심어린 효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도 사회복지사란 이름으로 어르신의 또 다른 자녀가 되어 함께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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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거주,
시와 수필 등단(2017)
인터넷 수원 뉴스 시민기자로 3년 활동하면서 수필,에세이
등을 기고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수원지부,서정문학, 작가들의 숨 회원으로
시집<마음시선> <그땐 몰랐다> 출간,
문인협회, 서정문학,작가들의 숨 동인지 및 계간지 꾸준히
참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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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가고 싶다"는 어르신 말, 진심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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