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공과 사다리. 그 뒤에 몸을 풀고 있는 축구 친구들.
오정훈
생판 남인 이와 처음으로 대결을 벌인 곳은 실내 풋살장이었다. 친한 축구 친구들과 토요일 오전 풋살장을 빌려 함께 공을 차고 있었다. 다음 타임이 초등학생 대상 축구교실이었는데, 그날따라 해당 수업 학생들이 일찍 도착해 구장 바깥에 옹기종기 자리 잡고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그 수업 코치님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저희 애들이랑 게임 한번 하실래요?"
나이를 물어보니 제일 어린 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키는 내 반밖에 안 되고, 4호짜리 풋살공이 그 친구들 머리보다 클 것 같았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이래도 되나? 혹시라도 다치게 하면 어떻게 보상하지? 쭈뼛거리는 우리에게 축구교실 코치는 "배우는 게 많으실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시합을 강행했다. 그렇게 성인 넷과 초등학생 10여 명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 코치의 말이 맞았다. 아이들의 키가 작다 보니 속도도 느리고 체력이나 몸싸움도 밀렸지만 볼 컨트롤 능력과 상대 친구를 보고 패스 길을 찾는 시야, 기회가 왔을 때 보이는 침착함 등은 나보다 나았다. 내 경기 영상을 본 축구 친구는 말했다.
"이건 뭐... 그냥 지은님이 몸으로 밀어붙여 겨우 대등하게 만든 것 같은데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아이고, 귀여워"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 우리는 막판에는 아이들의 몸놀림에 놀아나느라 체력을 다 소진해 기진맥진하고 있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할 이유가 없는데, 무슨 자신감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