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무관학교 기념사진
보훈처
아아. 제군들이여! 외롭고 위태로움이 이와 같은데, 도대체 무슨 행복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타인은 권리가 본래 있어도 보수하려고 하고 확장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권리가 본래 없었는데도 구할 생각을 하지 않고 또 얻을 방법도 알지 못하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습니까?
이상에서 논한 바는 모두 생활에 있어서의 중요한 조항들이거니와, 오늘날 우리들이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하는 것은 '권리' 두 글자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어째서이겠습니까? 권리가 있으면 산업·교육은 착수하는 대로 차례차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만리 밖의 외로운 처지로서, 위로 비호해 주는 이가 없고 아래로 막아주는 이가 없으니, 무슨 방법으로 권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고어(古語)에 이르기를, "다리가 100개인 벌레는 죽더라도 엎어지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이로써 미루어보건대, 눈이 100이면 보는 권리가 생겨나고, 귀가 100이면 듣는 권리가 생겨나고, 손이 100이면 물건을 갖는 권리가 생겨나고, 입이 100이면 말할 권리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진실로 자력으로 권리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면, 사회단체로 단합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벌은 미미한 일개 곤충입니다. 그러나 열 마리, 천 마리가 모여 있으면 건장한 군졸들도 두려워 피합니다. 실(絲)은 지극히 부드러운 성질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백 겹으로 꼬아 끈을 만들면 힘센 장사라도 끊을 수 없습니다. 미물도 오히려 그러한데,하물며 하늘이 양능(良能)을 부여한 인류가 단합하는데 누가 감히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현재 세계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우세한 권리를 점유한 민족은 모두 사회학에서 힘을 얻은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영국인은 일찍이 말하기를, "우리 영국인 100인과 타국인 100인을 동시에 한 곳에 이주시켰을 때, 불과 10년이 되기 전에 우리 영국인은 확실하게 하나의 독립된 국가를 이룰 것이고, 타국인은 마치 소반 위의 흩어진 모래와 같아서 우리의 속박을 받게 될 것이다." 하였습니다. 생존경쟁·자연도태의 시국에 사회단체로 단합하는 것은 그 효과가 이와 같습니다. 제군들은 아는 것입니까? 모르는 것입니까?
제군들은 항상 이르기를, "사람마다 마음이 제각각이라 사실상 단합하기 어렵다." 합니다. 나 역시 이 일이 용이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산업이나 교육, 권리를 얻을 수 있는 날이 없게 되어, 사람들은 모두 멸망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와 같은 것을 확실히 안다면 태산을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것도 사양하지 않을 것이거늘, 하물며 동포가 단합하는 데 무슨 어려운 일이 있단 말입니까?
나폴레옹의 말에 이르기를, "어렵다는 단어는 어리석은 자의 자전(字典)에만 들어있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불가능이라는 말은 프랑스사람이 사용할 말이 아니다."하였습니다. 제군은 각자 굳세게 힘을 내어서 비록 어려운 일이더라도 기필코 해 내고, 불가능이라는 말은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거주하는 지역이 멀면 소식이 통하기 어렵고, 만나서 대면하는 일이 뜸하면 정의가 지속되기 어려우니, 저 현대 문명족의 주거지를 보지 못하였습니까? 시정(市井)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전선(電線)이 서로 이어져 있어 천리 밖에 앉아 있어도 무릎을 맞대고 있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보니, 형세로 볼 때 자연스레 단합하기 쉽습니다. 우리들은 회오리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방방곡곡에 흩어져 통서(統緖)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안면이 생소하고 소식이 단절되니, 단합하고자 한들 무엇을 통하여 이룰 수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제군께서는 당장 조금 편안하다고 하여 뜻을 이루었다고 여기지 마시고, 생리(生利)가 조금이라도 편할만한 널찍한 구역을 하나 점한 뒤 각자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군거하는 촌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적합한 정도의 규약을 의정하여 공동으로 준수해 나간다면, 자연히 마음이 서로 통하고 뜻이 서로 맞아서 마침내 완전한 법적 단체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단체가 한번 이루어지면 능력이 절로 생겨나고, 산업·교육이 장애가 없이 발전하여 장래의 행복이 차례로 손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아아, 제군들이여! 증험이 없는 말이라고 하여 뱉어서 버리지 마십시오. 천하만사는 모두 일정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 일정한 계획이 서지 않으면 패운이 바로 닥치게 되는 것이 고금의 통례입니다.
제군은 이 땅으로 건너온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으니, 소비한 것이 적지 않고 경험 또한 많을 것입니다. 이는 참으로 생활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치고 나면 아마도 제군들이 아무리 떨치고 일어나려고 해도 지력이 없어져 끊어지게 될 듯하니,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천만 깊이 헤아리시기를 삼가 바랍니다. (주석 1)
주석
1> 김시명, <석주 이상룡이 이룩한 신흥무관학교>, 108~110쪽,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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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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