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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심야 집회 제한? 헌법 기본 틀도 부정하는 셈"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록 2023.05.31 19:33수정 2023.06.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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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5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에서 부터 숭례문 앞까지 모여 양회동열사 염원실현, 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국민의힘이 심야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5월 건설노조의 1박2일 투쟁으로 촉발된 이 논쟁에 대해 국민의힘은 심야 집회나 시위가 수면권을 방해하기 때문에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해서 안 된다는 입장이다. 헌법적으로 심야 집회 시위 금지법 어떻게 봐야 할지 의견을 들어보고자 지난 5월 30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국민의힘이 심야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찬반 논란이 많 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서구 민주사회는 벌써 수십 년 전 집회에 대해 규제 정책에서 관리 정책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에선 이런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로 집회를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집시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집회를 보호와 관리의 개념으로 바꾸라는 것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누적된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집회를 규제 또는 통제하겠다는 식으로 집시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건 역사적인 퇴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관리와 규제의 차이가 뭘까요?

"규제개념은 집회나 시위를 필요악으로 간주하면서 가능하면 집회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행정력 투여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관리 개념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다만 그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나 교통 혼잡, 영업방해와 같은 부작용들을 국가 공권력 투입해서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는 집회 자체가 허용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집회의 방법이나 시간, 장소 등에 대한 집회 주최자와 주민들 그리고 시민사회 등의 참여와 협의 통해 조정하는 체제입니다. 

우리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도 헌법상의 기본권인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되 가능하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은 수 차에 걸쳐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논의 과정을 보면 그런 관리의 차원이 아니라 심야에 집회 못 하게 한다든지 출퇴근 시간의 집회 제한하겠다든지 하면서 집회 자체를 타깃으로 해서 규제하는 방안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 현행헌법이 6월 항쟁이라는 시민들의 길거리 항쟁 통해서 이루어진 체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헌법의 기본적인 틀 자체도 부정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 주장은 심야나 새벽에 시위하면 수면권 방해가 된다는 것 같아요.

"수면이 방해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죠. 지난번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 같은 경우에는 주택가가 거의 없는 도심 한가운데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부근에 호텔도 이미 2002년 월드컵 등 거치면서 방음장치를 다 했다고 알려져 있고요. 그러니까 수면 방해의 문제는 논점이 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수면권 방해가 우려되면 집회 자체를 못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집회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개별적인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 출퇴근 시간대 집회 시위를 제한하겠다고 하는데 출퇴근 시간대도 직업에 따라 다르지 않나요. 

"그렇지요. 사실 출퇴근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대는 러시아워로 교통이 매우 혼잡합니다. 그런 시간에 집회나 시위를 통제한다는 건 교통을 관리하는 경찰의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 있을 테지만, 그건 앞서 말한 대로 허가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위헌의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오히려 출퇴근 시간에도 집회, 시위를 할 수 있게 하되, 예컨대 차선을 적게 사용하도록 한다든지, 행진 거리나 경로를 조정한다든지 혹은 경찰력을 좀 더 많이 투여하고 질서유지인을 대폭 늘이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교통 혼잡을 최소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고민도 없이 정부·여당에서 불쑥 출퇴근 시간의 집회 시위를 이야기하면서 그 불편함을 강조하는 것은 보기 나름으로 집회에 대한 사회적 불만 내지는 소극적 인식을 조장하려는 시도 같기도 합니다."

- 교수님은 지난번 건설노조의 1박 2일 파업은 어떻게 보셨어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1박 2일 혹은 그 이상의 집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도심에서의 심야 집회 같은 경우에는 주간의 집회보다는 교통이나 영업 방해의 불편이 현저히 줄어드니 더 나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 때문에 그런 집회는 자유롭게 허용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심야가 가지는 어떤 심리적인 특성, 즉, 공포심이라든지 불확실성 등과 같은 측면 때문에 집회의 성격이 변질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그것을 주최자나 집회의 주도 세력이 의도하고 계획한 것이 아닌 한 관리의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윤재옥 국힘 원내대표 발언, 상당히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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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성호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이번 (건설노조) 집회와 같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한해서는 제한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어요. 이게 괜찮을까요?

"그 발언은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 발언은 '불법 집회의 전력이 있는 단체'에 대해 제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단체가 주최하든,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는 현행 집시법 5조 1항 2호에 의해서 금지할 수 있습니다. 굳이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규율을 굳이 '불법 집회의 전력을 가진 단체'에다 적용하는 것처럼 말을 만들면서 다른 의도를 드러냅니다. 즉 그 발언은 집회금지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나 건설노조와 같은 집회 전력이 많은 단체에 대한 일종의 낙인찍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발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현행 집시법에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집회를 금지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점입니다. 원래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건 집회자에게는 그 자유를 보장하되 주변의 주민이나 상인들에게는 그런 집회로 인한 불편이 생기더라도 어느 정도는 참고 관용하라는 명령을 한 것입니다. 집회는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나 번잡함을 야기하거든요. 그래서 집회로 인해서 어떤 개인의 법익이 조금 제한이 되더라도 그것은 참아내야 되는 부분입니다."

-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는 제한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과잉 금지 원칙인가 위배 아닌가요?

"과잉금지 원칙 위반에다가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합니다. 과거 전력에 의한 차별 말입니다. 공공의 안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그러한 집회는 과거 경력과 관계없이 금지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전력을 따질 이유는 없습니다. 윤 원내대표의 발언은 굳이 거기에 과거 불법 집회의 전력 운운하면서 합법적으로 설립돼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시민사회로부터 이간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국가 공권력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이자 여당의 원내대표가 할 발언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 우리나라는 집시법을 너무 좁게 해석해서 다 불법으로 만드는 거 아닌가요?

"사실 권위주의 시대뿐 아니라 민주화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집회는 거의 대부분 불법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엔에서조차 우리나라의 집회 규제체제 개선을 요구해 왔고요. 실제 기성 정치권력은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 내는 걸 매우 싫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 정치권력이 종속된 경찰 특히 경비 경찰의 조직 논리 내지는 조직 이기주의가 발현되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집회의 자유가 다른 기본권에 비해서 현저하게 축소되어 있다고 할 것입니다."

- 아까 말씀하셨지만, 헌법재판소가 2009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이후 옥외집회·시위를 할 수 없다는 집회·시위법 10조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잖아요. 그 후 14년 동안 입법적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건 어떻게 보세요?

"그 헌법불합치 결정 직후에 오후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집회 못 하게 하자는 안에서부터 아예 심야 집회 금지조항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안까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을 거치지는 않은 채 그 개정안들이 폐기되어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직무 유기인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시법 10조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집회에 대한 국가의 시선 자체에 근본적인 혁신이 있어야 됩니다. 지금처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고 강제해산시키고, 수많은 규제조항을 두어 경찰서장이 자의적으로 규제 조치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형해화시키다시피 한 집시법은 전면 개정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집회로 인해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불편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집회 관리체제 내지는 거버넌스 체제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시법 전반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어야 합니다. 지난 14년 동안 집시법 개정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입니다만, 이왕 집회에 관한 사회적 의제가 형성된 만큼 집회 관리에 대한 전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 14년 동안 입법적 후속 조치 국회가 안 했을지 아니면 못 했을까요?

"둘 다일 듯합니다. 200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심야 집회를 일관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게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에 해당하니 이를 개선하라는 내용으로 헌법불합치 결정 내렸고요, 2014년에는 해가 지고 난 뒤부터 밤 12시 사이에 시위를 못 하게 하는 건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시위는 위력이라든지, 위세를 과시하거나 길거리를 행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집회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아무런 입법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직무 유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결정 이후 우리 사회에서 대규모 집회가 적지 않게 일어났습니다만, 대부분 평화적 집회로 일관되고, TV 등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으로 내보낸 집회조차도 경찰의 과잉 대응 내지는 그 물리력 행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부수적,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철야 집회는 거의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굳이 집시법을 개정할 필요를 그리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집시법을 전면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합의 안 해주면 입법 못 하는 거잖아요. 민주당이 반대할 게 뻔한데 발표하는 이유는 뭘까요?

"알 수 없지요. 설마 시행령 통치를 또 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인데 그렇게 한다면 정권의 차원에서 그리고 우리 정치의 차원에서 상당히 불행한 일이고요. 그러나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일종의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정치 전략의 일환이라고 생각이 돼요."

- 지지율과 무슨 관계가 있죠?

"얼마 전 대통령 지지율이 낮을 때 민주노총 또는 건설노조를 '건폭'이라 하면서 계속 공격하니까 지지율이 조금 오른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걸 노릴 수도 있겠지요. 노동조합, 특히 민주노총에 대한 사회 일각의 좀 부정적인 편견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자기들의 집토끼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그런 정치 전략일 수도 있겠지요."

- 근데 어차피 법률 개정은 안 되잖아요?

"법률 개정은 어렵겠지만 일종의 데마고그 효과를 노릴 수는 있을 듯합니다. 그런 대중 의식 조작을 통해 법 외적인 강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건설노조의 철야 집회에 대해서 경찰서장이 자의적으로 오후 5시로 선을 그은 것이라든지 또는 대법원 앞에서 진행된 화물노조의 문화제에 대해 바로 해산 명령을 내리고 물리력을 동원해서 강제 해산시킨 것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정부 여당이 심야 집회 운운하면서 노상 방뇨니 음주·가무니 하면서 일부 참가자의 행위를 전체의 과오인 것처럼 공격하면서 그들의 입을 막고 시민들의 귀와 눈을 막는 조치들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 이게 시행령으로 가능한가요?

"집시법 개정이 곤란하다면 시행령으로 처리할 수도 있겠지요. 지금까지의 시행령 통치라는 행태를 보면 그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기는 한데요. 문제는 경찰국이나 인사 검증단의 설치라든가 검찰 수사권 관련 시행령과 같이 조직법이나 권한 법의 영역과는 달리, 집회 시위 규제하는 시행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다룬다는 점에서 바로 행정소송이나 헌법재판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행령 통치의 위헌성 내지는 폭력성이 그대로 드러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우 정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가중될 수 있고요. 그래서 이 부분에서의 시행령 통치는 그리 만만한 프로젝트는 아닐 듯합니다."

-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민주노총이나 이런 반대 세력에 대한 공격 강화하면서 그들의 집회를 중심으로 규제하는 행태가 계속될 것 같아요. 그게 적법하든 위법하든, 일단 경찰력을 동원해서 반대 세력의 집회를 막는 방향으로 집중할 듯합니다. 사실 그 때문에 민주당이 야당의 역할을 좀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어차피 집시법 개정이 사회적 의제로 제시된 바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또는 민주당이 주축이 돼서라도 집시법을 전면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한상희 #집회 #시위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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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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