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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문제 근본 해결까지 미쓰비시에 책임 묻겠다"

일본 시민단체, 광주 시민모임에 연대 편지 "대법 판결 5년째 이행 거부 전범기업에 분노"

등록 2023.05.31 17:47수정 2023.05.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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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나고야소송지원회, 소송 지원 변호사들과 함께 나고야지방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비교적 젊은 시절 양금덕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1999년 3월 1일 촬영. ⓒ 나고야소송지원회


일본에서 37년째 일제 강제동원 관련 한국 피해자들을 돕는 한편 전쟁범죄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향해 가해사실 인정과 사죄·배상 촉구 시위를 전개해온 일본 시민단체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 전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편지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전해왔다.

한일 양국에서 '전범기업 사죄·배상'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연대활동을 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최근 들불열사기념사업회가 주는 '들불상'을 받은 데 대한 축하 인사를 전하기 위한 축하 편지 형식이었다.

"2018년 대법 판결 이행됐다면 시민모임 향한 부당한 공격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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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오 테루미(寺尾光身) '나고야소송지원회' 공동대표가 2021년 겨울 바람이 부는 가운데,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금요행동은 2007년 7월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전라도닷컴 박갑철


그러나 수상 축하 인사를 계기로 쓴 편지 곳곳에는 제 3자 변제라는 '해법'을 밀어붙이는 피해국 한국 정부 그리고 한국 대법원 배상 명령조차 5년째 이행하지 않고 버티는 미쓰비시중고업에 대한 분노가 묻어났다.

또한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의 '무차별 공격'으로 인해 수세에 몰린 연대 활동 단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편지에 담겨 있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31일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나고야소송지원회)가 지난 30일 시민모임 측에 들불상 수상을 축하하는 편지를 이메일을 통해 보내왔다"고 알렸다.

나고야소송지원회는 편지에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사건과 관련한)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이 이행됐더라면 근본적 해결(사죄와 배상)과 정반대되는 정부의 '제 3자 변제'도, 이번과 같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도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후 5년,  전범기업 위자료 못받고 3명 별세"


나고야소송지원회는 "30여년 전 조선여자근로정신대(강제동원 피해자) 존재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가해국 시민으로서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보기 전까지 투쟁을 멈출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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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소송 지원회', '나고야 소송 변호인단' 회원들이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이금주 회장 자택을 찾아 일본 재판 진행 상황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2005년 7월 30일) ⓒ 안현주

 
나고야소송지원회는 편지에서 "대법원 판결 이후 잔혹하게도 4년 반이 지났다"며 " 우리는 판결 후 원고가 살아 있는 동안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을 받아들이고 사과의 말을 원고에게 한마디라도 건네 달라고 계속 요구해 왔지만, 3명의 원고(김중곤씨, 이동련할머니, 박해옥할머니)가 타계하고 말았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가 가정방문을 하면 원고들(강제동원 피해자)은 '편안한 마음으로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는 한마디를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며 "(전범기업 위자료 배상 책임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이 이행됐다면 근본적 해결과 정반대의 '제3자 변제'도, 이번과 같은 '시민모임'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가 문제 해결 방해"
  
나고야소송지원회는 "(강제동원 피해) 원고들 자택 현관까지 대법원 판결을 전달할 수 있는 곳에 왔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원고의 손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계속 방해해 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피고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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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31일 공개한 나고회소송지원회의 편지. 시민모임은 언론에 편지 내용을 번역해 제공했다. 나고야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는 편지를 첨부한 이메일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해서 보냅니다. 축사, 격려, 한국 언론에 대한 비판,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담았습니다"라고 적었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앞으로도 고귀한 사람들 '시민모임'과 함께 가해국의 '고귀한 사람들'로 함께 나아가고 싶다"며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고야소송지원회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전신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2009년 3월 12일 결성)에 참가해 원고 등 피해자들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 투쟁하는 자세를 선명하게 드러낸 모습에 감동받았다"며 시민모임과 함께 한 활동도 돌아봤다.

다카하시 마코토‧테라오 테루미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나고야소송지원회는 1998년 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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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경영진을 향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회원들이 12일 도쿄 미쓰비시그룹 본사 건물로 회의 참석을 위해 차량을 타고 들어서는 경영진을 향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미쓰비시그룹 경영진에게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시민 선전전을 펼치는 나고야소송지원회의 금요행동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다카하시 대표가 나고야지역 고교 역사교사로 근무하던 지난 1986년 10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 총무과로부터 입수한 도카이지진(1944년 12월) 사망자 명단에 광주·전남 출신 근로정신대 소녀 6명의 명단을 확인한 이후 뜻을 같이하는 일본 시민들과 함께 추모비 건립 등 활동을 해왔다. 단체 결성 이후 일본 법원에서의 소송 지원, 미쓰비시중공업 도쿄 본사 사죄·배상 촉구 정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37년째 일본서 외로운 싸움, 나고야소송지원회 회원들도 이제 80대

나고야소송지원회의 금요행동은 2007년 7월 시작됐다. 매월 1회 정기적으로 금요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쿄, 사이타마, 나고야, 히로시마, 오사카, 나가사키 등에 거주하고 있다. 나고야에서 도쿄까지의 거리는 360km, 나가사키에서 도쿄까지의 거리는 1200km이다.

미쓰비시그룹은 회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금요회'를 매월 2번째 주 금요일 점심 미쓰비시상사에서 하는데, 나고야소송지원회 회원들은 이 기회를 포착해 빌딩 주차장 입구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마이크로 호소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해 12시에 행동을 종료하고, 도보 7분 거리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앞으로 이동해 12시 15분부터 약 30분간 현수막을 내걸고 마이크 선전과 홍보 전단지 배포한다.

회원들의 고령화 등을 이유로 매주 금요행동(미쓰비시중공업 도쿄 본사 원정시위)은 월 1회로 줄였지만, 나머지 금요일엔 미쓰비시중공업 경영진에 사죄 촉구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금요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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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한국 정부는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3월 6일 일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소위 해법을 발표했다. ⓒ EPA=연합뉴스



   
#강제동원 #나고야소송지원회 #다카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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