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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대체 무슨 일? "황금 같은 땅, 망치지 마라"

[환경새뜸]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1일 세종 환경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

등록 2023.06.01 17:07수정 2023.06.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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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등 34개 환경·지역 단체들은 1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지리산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지금 지리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남원에서는 산악열차가, 산청에서는 케이블카가, 구례에서는 골프장과 케이블카가, 함양에서는 벽소령도로와 케이블카가, 하동에서는 임도가 지리산을 여기저기 들쑤시려 합니다. (중략) 국립공원을,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야외박물관을, 생태계의 보고를 개발 이익에 앞서 지켜내야 하는 곳이 바로 환경부 아닙니까! 개발론자들이 지리산을 칼질하려 들 때 앞장서서 막아야 하는 곳이 바로 환경부 아닙니까!"

1967년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이 각종 개발사업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경고이다. 환경부가 국립공원을 지켜야할 최후 보루로서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다그침이다. 6월 1일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 환경부가 답하라'란 주제로 세종시 환경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온 주장이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등 34개 환경·지역 단체들이 함께한 이날 기자회견은 남원, 산청, 구례, 함양, 하동 등 지리산 권역 5개 시도 주민과 환경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리산 개발 광풍, 이제는 환경부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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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등 34개 환경·지역 단체들은 1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지리산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이날 사회를 맡은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는 "지리산 국립공원 꼭대기까지 오르는 3개의 케이블카가 필요한지, 기후위기의 시대에 열선으로 도로를 달구며 숲을 훼손하는 산악열차가 필요한지, 지리산 자락에 45만 평(150ha) 규모의 골프장이 필요한지, 지리산국립공원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벽소령 도로가 필요한지, 산불을 이유로 대규모 임도 설치를 해야하는지, 지금이야말로 환경부가 답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리산국립공원을 보호지역 카테고리 Ⅱ로 등재하고 국제적으로 우수하게 관리되고 있는 보호지역인 '녹색목록'(Green List)'으로 인증한 바 있다. 특히 백두대간 최남단에 있는 지리산은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44종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보호지역이며, 최대 면적의 육상생태계로 꼽힌다. 또 지리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80여 점의 문화재와 다랭이논, 천년송 등의 향토문화 경관도 남아있는 자연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인사들은 5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환경부를 '환경파괴부'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지역 현안 발언을 이어갔다.

"황금 같은 땅, 망치지 마라"


우선 전남 구례에서는 국립공원 바로 밑에 27홀, 45만 평 규모의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정경숙씨(구례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위로는 지리산이 있고 아래로는 섬진강이 흐르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곳인 사포마을이 골프장 문제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지리산의 다랭이논, 야생화, 산나물, 새의 보금자리, 지리산에 서식하는 모든 동식물과 고귀한 섬진강을 짓밟고 골프장 들어선다면 그 아래에 살고 있는 2880명의 주민은 어찌해야 하냐, 황금 같은 땅을 망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창일 씨(하동 녹색당)는 "하동군은 3년 전 관광활성화를 명분으로 개발업자를 앞세워 지리산 형제봉에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놓으려 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대책위를 만든 군민들이 군청 앞 1인 시위, 각종 토론회, 문화제를 열어 지리산 개발 의욕을 꺾어놓았다"면서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 2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조건부동의를 해주는 바람에 그동안 잠잠했던 케이블카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우려했다.

이 씨는 "환경부가 환경파괴의 명분을 주며 개발 광풍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면서 마치 기도를 하듯이 하동군을 품은 천혜의 자연 경관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하동군은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로 이어지는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원시림, 야생초, 약초, 반달곰, 구름, 계곡과 바위, 섬진강 은모래, 재첩, 숭어와 은어, 남해의 갯벌과 갈대와 철새... 기후위기 시대의 한복판에서 하동군의 자연은 최고의 가치입니다."

"국립공원 1호가 무너진다면..."

이어 발언자로 나선 장효수씨(목사, 지리산산악열차반대남원대책위)는 "남원시 시의회가 승인하고 남원시가 철도기술연구원과 협약해 행정절차를 마친 산악열차 사업은 올해 연말에 삽을 뜰 수 있는 위기의 상황"이라면서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이 무너지면, 전국 국립공원 무너지고, 모든 산하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재화씨(목사, 지리산종교연대)도 경남 함양의 상황을 전하면서 "설악산이 뚫리면 지리산으로 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면서 "함양군도 케이블카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환경부가 지자체장들의 개발 욕구를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민영권씨(경남 녹색당)는 경남 산청에서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지리산은 임기 몇 년의 정치인들의 것도 아니고, 돈에 눈먼 토건업자들의 것도 아닙니다. 지리산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 모든 자연, 그리고 거기에 더불어 살고 있는 온 주민, 온 국민의 것입니다. 이런 명령을 정확히 이해하고 환경부는 당장 지리산 토건사업을 멈춰야 합니다."

민씨는 이어 "산청군은 지난 4월 24일 공식적으로 중산리부터 장터목까지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을 공식 천명한 뒤 TF팀을 구성했다"면서 "2007년부터 2012년 두 번에 걸쳐 추진했다가 경제적으로 아무 효용이 없고 환경 파괴 문제로 여러 번 반려됐음에도 다시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씨는 "정치인과 개발업자들은 말끝마다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소멸 방지를 이야기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케이블카를 놓으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나요?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1000억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데요? 이런 것에 대해 지역주민과 소통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나요? 케이블카는 등산객으로 인한 산림훼손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생태적 조치라고 하던데, 케이블카는 허공에서 뚝 떨어지나요? 케이블카 놓으려면 콘크리트 부어서 기반사업을 해야 하고, 철탑도 박고, 승강장에 거대한 구조물 세워야 하는데, 이건 환경훼손이 아닌가요? 이런 망발을 하고 썩어 죽을 정책들을 추진하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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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등 34개 환경·지역 단체들은 1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지리산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지역 현안 발언을 마친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지리산 자락 5개 시군의 사람들은 환경부가 정말 그 이름에 걸맞게 환경부로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지금 지리산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숲을 보존하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환경부 청사 앞 도로에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환경새뜸] “윤석열, 한화진... 황금같은 땅 망치지 마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기자회견 민족의 명산,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에 불어닥친 개발 열풍. 산악열차, 케이블카,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고 지리산 자락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지리산 5개 권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6월 1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황금같은 땅을 망치지 말라” 청사 앞 도로에 드러누워 호소하듯 외치는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산악열차 관련 기사 : 지리산에 대체 무슨 일? "황금 같은 땅, 망치지 마라" https://omn.kr/246ni 김병기의 환경새뜸 : http://omn.kr/1zbr3 ⓒ 김병기

 
 
#지리산 #산악열차 #케이블카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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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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