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1일 새벽 5시 30분께 전라남도 광양시 포스코광양제철소 앞 도로에서 고공시위 중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경찰봉으로 제압하고 있다. 노조 측은 "경찰이 저항을 포기한 김 사무처장에 대해 양쪽에서 마구 경찰봉을 휘둘렀다. 이는 명백한 과잉진압"이라고 했다.
한국노총
지난 5월 31일 경찰은 포스코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강제 연행됐다. 연행 과정에서 경찰은 저항하는 김 처장을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했다. 연행 전 김 처장은 포스코 하청업체의 노사 임금협약 체결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며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접한 한 경찰관이 <충북인뉴스>에 자신의 생각을 고백 형식으로 글을 보내왔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노동자도, 지시에 의해 노동자를 진압해야 하는 일선 경찰도 모두 피해자라고 밝혔다. 이에 현직 경찰이 보낸 전문을 게재한다. - 기자 말
"요즘처럼 경찰관인 게 죄스러울 때가 없습니다"
저는 경찰에 의한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체포 과정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합니다.
제철소 앞 7미터 높이의 구조물에 올라가 쇠파이프를 휘두른 사무처장의 잘못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경찰의 과한 물리력에서 저는 광기를 보았습니다.
그건 전통적인 한국 경찰에서 볼 수 없었던 겁니다. '용산사태', '쌍용차 사태'에서나 봤던 비극적 장면이었습니다.
쌍용차 사태나 용산사태, 이번 광양제철소 진압 사태의 공통점은 정권의 입김이 진압 경찰에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쌍용차와 용산에서의 비극은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강경 진압 기류에 경찰이 편승한 참사였습니다.
이번 광양제철소 또한 윤석열 정부의 '노조 불법 강경 대응' 기조에 의한 것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노조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은 특진까지 내걸면서 이에 보란 듯이 화답하고 있고요.
망루를 설치한 도로는 제철소 입구라 일반 시민은 이용하지도 않는 곳입니다. 이것이 교통에 얼마나 방해가 될까요.
한국노총의 요구사항도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장과 처우 개선에 관한 것이라 지극히 순수합니다.
'대통령 퇴진'처럼 정치적이지 않았다는 말이죠. 그런데도 경찰은 사무처장이 구조물에 올라가 농성한 지 하루 만에 전격 체포에 나선 겁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시위 관리와 다르다는 겁니다.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나고요.
문제는 이 같은 의견조차 경찰 내부에 밝힐 수 없다는 겁니다.
레드 콤플렉스와 노조 트라우마에 갇힌 경찰에게 과잉진압을 주장했다간 단박에 '빨갱이'로 찍힐 겁니다.
노조에 대한 현 정권의 강경 기조가 정의로 둔갑하고 언론은 이를 받아쓰며 혹세무민하고 있습니다.
경찰마저 이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주장하는 건 엄청난 부담입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반정부 투쟁을 공식화했습니다. 올해 여름과 가을, 어쩌면 내년까지도 대한민국은 노조 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겁니다.
경찰의 출혈도 당연히 예상되고요.
문제가 생기면 청장은 사퇴하고 나가 국회의원 공천이라도 받으면 그만이지만 직접 진압에 가담했던 하위직들이 짊어져야 할 법적 책임은 얼마나 가혹할까요.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쏘았던 하위직 경찰관만 처벌받은 걸 똑똑히 기억합니다. 이럴 땐 경찰이 정권의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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