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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겨레에 '징검다리' 같은 작품이 되길 소망합니다

['호국보훈의 달'에 부치는 글 ②] 분단 극복과 화해를 위한 <전쟁과 사랑>

등록 2023.06.06 11:36수정 2023.06.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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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 1. 5. 1. 4 후퇴 당시 끝없는 피란민 행렬.
1951. 1. 5. 1. 4 후퇴 당시 끝없는 피란민 행렬.NARA
   
(* 지난 기사 <14세 정도 돼 보이는 포로... 발굴 사진이 남긴 울림> 에서 이어집니다)

평생을 두고 꼭 쓰고 싶은 작품

미국에서 돌아온 뒤 머릿속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본 그 어린 인민군 포로의 모습이 아련하게 남았다. 그런 가운데 2013년 6월 24일부터 <오마이뉴스>에 [박도 장편소설 <어떤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그때 '연재를 시작하면서' 글 일부를 소개한다.
 
모름지기 작가는 평생을 두고 꼭 쓰고 싶은 작품이 있다. 나의 이번 <어떤 약속>이 그런 작품이다. 분단된 나라의 작가는 마땅히 통일문제가 으뜸 화두이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의 예상 밑그림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남과 북에서 두 젊은 남녀가 인민군, 인민의용군 전사로 입대한다. 이들은 낙동강 다부동 전쟁터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다가 헤어진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가정을 이룬 다. 마침내 40 여 년 만에 북의 부모를 찾아가는 파란만장한 한 가정의 통일이야기로 그릴 셈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분단으로 가족 간 이산의 아픔과 구시대의 낡은 이데올로기로 한겨레가 화합치 못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채 반목과 질시, 갈등 속에 살고 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내가 둘러본 해외 동포사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작품 속에서 우선 한 가정의 '작은 통일'을 그려보고자 한다. 작은 시내가 모여 강이 되고, 여러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듯이, 한 가정의 작은 통일이 마침내 큰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전쟁과 사랑> 작품 배경지인 평안도 묘향산
<전쟁과 사랑> 작품 배경지인 평안도 묘향산박도
  
한 편의 작품을 쓰고자 76년을 살다

이 작품은 매주 2~3회 연재로 그해 연말인 2013년 12월 16일까지 99회로 끝났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부으면서 집필했다. 그 결과 매회 1만여 명의 독자들이 열독해 주셔서 연 100만을 돌파했다. 연재 뒤 2015년 2월, 눈빛출판사에서 <약속>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단행본으로 펴냈다.

하지만 이미 관심 있는 독자들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읽은 탓인지, 단행본으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나의 롤 모델인 미국의 행동주의 작가 헤밍웨이도 그의 작품 <노인과 바다>를 여러 차례 개작해 출판, 마침내 성공했다는 얘기를 대학시절 노희엽 교수의 세계문학 강의시간에 들은 바 있었다. 그래서 그에 용기를 얻어 제목을 <전쟁과 사랑>으로 바꾸고 내용 일부를 고치고 가다듬은 뒤 2021년 9월, 다시 서점에 내놨다. 내가 이 작품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후기 첫 문장에서 밝히고 있다.
 
나는 이 한 편의 작품을 쓰고자 76년을 살아왔다.
 
이 문장은 내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다. 이 작품은 허구(픽션)과 사실(논픽션) 이 반반으로(전반부는 대체로 논픽션, 후반부는 픽션), 내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작품 자료 수집에 남다른 공을 들였고, 발로 작품의 배경지를 두루 답사했다는 점이다.
 
 <전쟁과 사랑> 작품 배경지인 다부동전적지의 은사 조지훈 시비 '다부동에서' 옆에서 필자.
<전쟁과 사랑> 작품 배경지인 다부동전적지의 은사 조지훈 시비 '다부동에서' 옆에서 필자.박도
 
이 작품의 배경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곳인바, 나는 그곳을 일일이 순례했고, 국내는 거제포로수용소, 다부동전적지, 금강철교, 의정부 곧은 골, 오대산 동피골 등 여러 곳도 한 두 번씩 답사했다. 보통사람들이 갈 수 없는 북한도 남북작가회의 때 다녀온 경험과 그때 본 눈썰미로 그렸다. 그런 뒤 북한을 20여 차례 오가면서 가족 상봉을 하신 소설가 심훈 선생 3남 심재호 선생의 얘기와 방북기로 오산중학교 제자인 통일TV 진천규 대표에게 출판 전에 감수를 받는 등,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합법적인 방법을 다 동원해 창작 집필했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도 네 차례, 버지니아 주 노퍽의 맥아더기념관에도 두 차례 방문하여 현재 북한에도 없는(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소실됐기에) 귀한 자료를 스캔하여 온 뒤 작품 곳곳에 삽입했다. 가장 고심했던 주인공의 평안도 방언은 그 고장 출신으로 방언학의 대가 김영배 동국대 교수님(나의 고교은사)의 알뜰한 지도로 메울 수 있었다.
 
 6.25 당시 북한 측 선전 벽보
6.25 당시 북한 측 선전 벽보NARA
 
한국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아래와 같은 말로 <전쟁과 사랑>을 추천했다.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은 이념적 편향에 사로잡히지 않는 공정한 시선을 통해 전쟁의 실상에 더 가까이 접근하고자 시도한 것, 그럼으로써 남북 정치체제의 모순을 더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체제의 논리를 넘어선 민족 통일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증언한 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진정한 미덕이다.

또한 문학평론가 고명철은 '한국전쟁을 창조적으로 넘는 문학적 상상력의 힘'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라 밖에서 외국 작가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한국문학에 대해 궁금한 것 중 우선순위로 꼽는 게 있다. 한국은 현재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그 직접적인 원인이 한국전쟁인데, 한국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쟁소설이 있다면, 그것도 장편으로서 대표작은 어떤 것인가요?

고백하건대, 이 거칠지만 매우 예리한 물음 앞에서, 순간,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문학사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이 분명 존재하고, 그 문학성이 외국의 전쟁소설과 비교할 때 결코 뒤처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말을 꺼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하지만, 지금부터는 이 질문과 관련한 얘기를 당당히 그러면서도 차분히 펼칠 수 있으리라. 박도의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은 한국전쟁의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참화를, 참전한 청춘 남녀의 생동감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서사를 끌어나간다.
  
 <전쟁과 사랑> 배경지인 하나인 북한 청천강
<전쟁과 사랑> 배경지인 하나인 북한 청천강박도
 
사실 문단의 선배 가운데 여러 작가들이 6.25전쟁을 작품화한 바 있다. 홍성원, 김원일, 박완서, 최인훈 등 훌륭한 여러분들이 좋은 작품을 남겼지만 아쉬운 점은 6.25전쟁을 정면으로 파헤치지 못한 점이다.


이는 그 시대는 반공법이 시퍼렇게 살아 기승을 부려서 감히 작품화 할 수도 없었고, 작가가 용감하게 써도 출판할 수도, 출판을 한다고 해도 서점에 내놓을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내가 이나마 6.25전쟁의 발발에서 정전 그리고 주인공들이 북으로 귀향할 수 있었던 얘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2000년대 이후 남북의 긴장완화와 민주화 덕분이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헌병과 경찰들이 상관의 처형 명령에 따라 좌익 혐의자들을 골짜기로 데려 간 뒤 근접 사격하고 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헌병과 경찰들이 상관의 처형 명령에 따라 좌익 혐의자들을 골짜기로 데려 간 뒤 근접 사격하고 있다. NARA/ 이도영
   
100년 뒤의 후대 독자들을 머릿속에 그리다

나는 이 작품을 집필하면서 100년 뒤의 후대 독자들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어느 한편의 이념에 치우치지 않게 작품을 썼다. 아무쪼록 이 작품이 6.25전쟁의 진실을 밝히는데 일조할 뿐 아니라, 분단겨레의 화합과 상생 그리고 평화통일로 가는 길의 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가뭄에 콩 나기'보다 더 어려운, 인문이 죽어가는 이 시대에 독자 여러분의 성원으로 졸작 <전쟁과 사랑> 초판이 매진되고, 호국보훈의 달인 이달 6월에 2쇄가 나온다고 하자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원주시의 시립중앙도서관에서, 또 내가 태어난 고향 구미시 소재 삼일문고에서 NARA에 소장된 6.25사진전과 함께 <전쟁과 사랑> 배경 이야기 강연회를 열어주겠단다. 그 소식을 듣고 내가 40여 년을 산 바 있는 서울의 인사동 인덱스 갤러리에서도 같은 주제로 6.25사진 전시회와 <전쟁과 사랑> 저자 강연회도 열어주겠단다.

감사한 일이다. 그 모두가 우리 겨레의 분단 극복과 민족 화해와 공존 공영의 상생, 그리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전쟁과 사랑> 표지
<전쟁과 사랑> 표지눈빛출판사
덧붙이는 글 호국보훈의 달 기념 NARA 소장 6.25전쟁 사진전 및 박도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 강연회 안내 *세 곳 모두 무료 입장으로 누구나 참석할 수 있음.
1) 강원도 원주: 2023. 6. 17. 오후 3시 원주시립도서관(033-737-4360) 1층 강의실
2) 서울 ; 서울 인사동 인덱스갤러리 2023. 6. 21- 6. 26. 오픈 식 및 저자 강연 6. 21. 오후 5시 (02-722-6635)
3) 경북 구미 : 2023. 6. 25. 오후 5시 삼일문고 (054-453-0031)
#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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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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