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구(69)·채홍(43) 부자가 마당에서 ‘모판집게’와 ‘모판끌개’를 시연하고 있다.
<무한정보> 황동환
"요즘 농사는 기계가 다 하지, 예전 손 모내기할 때 생각하면 정말 수월해졌어." 이 말처럼 농작업 대부분을 트랙터·이앙기·콤바인 등 기계가 대체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못자리에서 육묘한 어린 벼를 모내기할 논으로 이동하기 위해 모판을 직접 들고 나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십 수백 번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해야 한다. 젊은이들도 힘이 들지만,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은 통증으로 이어지는 고역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충남 예산군 고덕면 구만1리 임순구(69) 이장이 '모판집게'와 '모판끌개'를 개발했다. 구조는 단순하다. 기다란 나무막대기에 손가락 두 개를 구부려 놓은 것 같은 갈고리 2개를 단 것이 모판끌개, 평평한 철판에 양쪽으로 갈고리 2개를 붙여놓은 것이 모판집게다. 모판끌개는 모판을 이동하기 위해 굳이 논에 들어갈 필요 없이 논 밖에서 논둑으로 끌어오는 용도다. 이렇게 끌어온 모판을 들어 나르는 역할은 모판집게가 담당한다. 모판집게 자루는 길이조절이 가능한 알루미늄 지팡이를 응용해 최대한 펼치면 끌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처음 만들어 사용했는데 편리했다. 올해 단점을 보완해 대장간에서 새로 제작했다. 모내기할 때 사용해보니 작업속도가 좀 더딘 점은 있지만, 고령의 농민들도 모판을 옮길 때 허리를 굽히지 않아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어 좋다"는 말로 '발명품(?)'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