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의 사냥꾼들. 피터 브뤼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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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걸(the Elder)은 플랑드르 문예부흥을 이끈 1세대 예술가이자 판화가로서 장르 그림의 선구자였다. 그의 작품 세계는 네덜란드 황금시대 회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에 종교화는 거의 사라져버렸으며 풍속화, 역사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이 널리 제작되었다.
그의 작품은 합스부르크 왕가를 포함하는 여러 후원자들에게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브뤼걸의 강력한 후원자인 그랑벨(Granvelle) 추기경은 그의 작품을 컬렉션하여 조카인 황제 루돌프 2세에게 상속해 주었으며, 루벤스 또한 10여 점의 작품을 사들여 뒷날 높은 가격으로 매각한다.
브뤼걸(the Younger)은 대규모 아틀리에를 운영하며 아버지의 유명한 작품을 복사하여 세상에 널리 알리는 한편,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업이 있었기에 대중들은 브뤼걸(the Elder)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었다. 브뤼걸(the Younger)의 제자 중에 프랜스 스나이더스(Frans Snyders)는 최초의 스페셜리스트(정물과 동물 전문 화가) 중 한 명이다.

▲프란스 스나이더의 Market Scene on a Quay. 스나이더가 그려낸 '식자재의 캐비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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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의 감탄을 불러일으킨 스나이더스의 기가막힌 사냥 페인팅 비결은 그가 화가이면서 전문적인 동물 사육사였기 때문이다. 조형적으로 얽힌 맹수들의 격렬한 사냥 장면과 그 결말이, 먹거리로 차려지기 전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장통 식료품 저장실에 담겨졌다. 스나이더스가 그려낸 '식자재의 캐비닛'인 셈이다.
스나이더스의 재능은 종종 루벤스와의 협업으로 이어진다. 전체 구성의 스케치를 루벤스가 그리면 스나이더스는 모피와 가죽의 질감을 극상으로 끌어올렸다.
예술의 공장화를 열고 명품 캐비닛을 수출하다
얀 브뤼걸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정 화가로 활약하며 다양한 장르의 미술 발전에 기여한 혁신가다. 루벤스와는 25차례의 공동작업을 통해 미술의 분업화 시대를 열었다. 브뤼걸은 절친인 루벤스와 함께 당대 플랑드르 화풍의 양대 산맥이었다. 대중의 열망을 꿰뚫은 루벤스는 100여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대규모 작업장을 운영하며 밀려드는 수요에 화답했다.
브뤼걸은 칸막이를 두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플랑드르의 황금 시대를 이끌었다. 서양 정물화의 역사는 얀 브뤼걸이 개척하고 그의 제자 다니엘 세이거스(Daniel Seghers)에 의해 절정을 맞이한다. 세이거스는 화환(꽃 정물화) 장르의 스페셜리스트였으며 그의 작품은 왕족을 비롯하여 여러 귀족 후원자들의 수집 열망을 불태웠다.

▲얀 반 케슬의 사인. 곤충과 애벌레, 거미 뱀으로 꾸민 케슬의 작품.
Johnny Van HaeftSotheby's
브뤼걸 가문의 도제식 훈련과 앞선 세대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자연으로부터 깊은 영감을 얻은 케슬은 곤충 그림을 그려 자신의 사인으로 삼을 만큼 독특한 화가였다. 그것도 보통 사람들이 징그러워하는 털이 숭숭한 애벌레와 사악함을 상징하는 뱀, 흉물스럽게 느껴지는 거미다.
케슬이 예술적 구성에 중점을 두어 역동적으로 묘사한 곤충은 결코 미물이 아니었으며 자연의 질서를 나타내는 주인공이었다. 기운생동하는 케슬의 작품은 늘상 '호기심의 캐비닛' 외관을 장식하며 앤트워프의 이름난 수출품이 되었다. 수집가들은 그의 장식장을 열어제끼는 호사를 누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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