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신준
이날 연장은 전동 바리깡이 아니라 가리코미 바사미라 부르는 큰 전지가위다. 전지 대상에 따라 장비가 달라지는 거다. 전날처럼 두어번 시범을 보이시고는 장비를 건네 주신다. 가르쳐 줬으니 알아서 해.
작업 지시사항은 두 가지. 대상이 둥그니까 가위를 엎어서 깎는 게 모양이 잘 나온다. 가위질은 리듬감 있게 움직여라. 엿장수 장단처럼 리듬을 타야 진행이 빠르고 쉬 피곤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작업자가 즐겁지 않으면 작품 안 나온다. 사부의 정원작업 지론이었다!
작업할 달덩이는 사부가 작업 중인 소나무 바로 옆이다. 작업 면적은 작지만 달덩이는 어디서 봐도 둥그래야 한다. 모양 만들기가 까다롭다. 이 양반이 자기 일은 하고 있지만 가위 소리는 들릴 테다. 리듬을 제대로 타야 한다는 거네. 사각사각 사각사각 처음에는 다소 엇박자가 났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좋아하는 트로트의 기본 리듬이 이런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한번 리듬을 타니 쉴 틈이 없다. 곡면을 신경쓰면서 다듬어 나간다. 사실은 새순을 잘라보면 지난해 잘라놓은 곳이 아래쪽으로 보이니까 그걸 가감하면서 진행하면 돼. 이건 초짜를 위한 꿀팁이라며 슬쩍 가르쳐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