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찍어주셨을 엄마의 착샷
최혜선
수술 후 소감이 어떠신지 물었다. 결심하기를 잘한 것 같다는 대답을 기대했는데 엄마는 "관절 교체 안 하구로 잘 애껴써라"고 말씀하셨다. 걷는 것도 좋지만 무작정 너무 많이 걷는 건 관절에 무리가 간다고 근육 운동도 꼭 해야한다고도 하셨다.
고통이 주는 지식이 있다. 나도 목디스크로 고생한 후에는 머리 뒤통수에 베는 베개를 쓰지 않게 되었다. 누운 자세 그대로 잠들었다 일어나는 나에게 뒤통수를 높이는 베개를 베고 자는 것은 잠자는 5~6 시간 동안 목이 1자로 고정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방금까지 자고 일어났는데도 왜 이렇게 목이 뻐근할까 싶었는데 베개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후로는 목의 커브를 동그랗게 받칠 수 있게 수건을 말아 목이 끝나는 부분이자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부분에 대고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는 동안 목의 커브를 확보해주자 아침에 일어날 때 목이 덜 뻐근했다.
엄마도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져서 통증을 겪고나서 무릎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게 되신 것 같았다. "우야든동 대퇴사두근을 기르는 운동을 열심히 해놔라."
평소 들어보지도 못하던 근육이 엄마 뇌에 굵직한 지식의 터널을 뚫었다. 당분간 엄마 생활의 우선순위는 수술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하면 그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놓일 것이다.
그 답을 찾아가실 때 딸이 만든, 상처난 무릎 살갗을 건드리지 않을 넉넉한 바지가 매일 함께하는 절친이 되어주면 좋겠다. 뺏긴 줄 알았던 엄마와의 창덕궁 봄나들이를 열 번 아니라 스무 번도 더 할 수 있도록.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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