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교향악축제생중계 상영 일정표
부산일보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니어서 더 매력적인 요즘, 산책 겸 가 보면 좋을 것 같아 일정에 맞춰 열심히 걸어갔다. 우리 집에서는 6천 보 조금 안 되는 곳에, 부산의 자랑 영화의 전당이 있다. 거의 매일 만 보를 걷기 때문에 편도 6천 보 정도가 되는 영화의 전당은 자주 찾아가는 코스 중 하나다.
그러나 나 같이 걸으러 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버스, 지하철, 자가용 할 것 없이, 오시는 분들은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영화의 전당이다. 한 번 와 보면 반하게 되는 곳이니까. 이곳이 요즘 저녁 시간만 되면 아주 웅장한 소리로 주변을 가득 채운다. 마림바의 통통 튀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부산 영화의 전당을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니 잠깐 설명해 드리자면 부산국제영화제를 할 때 개막식, 폐막식뿐만 아니라, 유명 영화인들이 무대 위에 서서 인터뷰하는 모습으로 많이 보셨을 그 무대가, 바로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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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교향악 축제 홍보 영상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 대형 화면으로 2023 교향악 축제 홍보 영상이 나온다. ⓒ 박정선
그만큼 특별한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교향악 축제는 올해로 35살이 된, '세계 유일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주춤했던 축제가 올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영화의 전당에서도 부산 시민들을 위해 실황 중계해 주는 것이다.
예전 서울에 살 때는 예술의 전당에서 들었던 교향악 축제를 올해는 영화의 전당 야외에서 들었다. 클래식 동호회 회원들과 예술의 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들었던 음악 선율도 좋았지만,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야외에서의 교향악은 정말 멋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는 야외 클래식 공연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뉴욕에 갔을 때, 하필 겨울이라 센트럴 파크에서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콘서트 인 더 팍스')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런데 아쉬워 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뉴욕필의 저녁 연주가 있는 날, 낮에 하는 최종 리허설을 카네기홀에서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었다.
손꼽히는 연주를 듣고 나온 감동과 카네기홀 바깥의 쨍한 겨울 햇빛이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6월의 센트럴파크에서 나무 울창한 야외 공연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은 늘 남아 있었다.
나무와 흙냄새가 나는 공원은 아니지만, 돗자리 깔고 봐야 하는 그곳보다 더 편한(등받이 의자가 잘 갖춰져 있고, 대형 스피커도 마련되어 있다) 야외극장에서 뉴욕 필하모닉 연주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우리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악을 들을 수 있다. 야호!
야외 공연의 매력 그리고 이용 꿀팁
올해 처음 본 공연은 지난 3일 창원시향과 매력있던 마림바의 협연이었다. 연주곡이었던 현대음악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마림바만의 동글동글하고 청량한 음색이 색다른 느낌을 줬다.
그런데 잘 알지 못했던 창원 시립 교향악단(지휘 김 건)의 소리가 정말 좋았다. 같이 갔던 지인도 놀라워했을 정도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듣게 만드는 매력 있는 소리였다.
'아니, 이렇게 좋을 수가?' 이런 건 더 많이 알려야 한다. 그래서 다음날인 지난 4일엔 기자 정신으로 무장(하하하)하고 취재하러 다시 갔다. 그날의 공연은 인천시향. 선선한 저녁, 센텀시티를 울려 퍼지는 피아노 선율에 사위가 어두워진 것도 모른 채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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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향의 연주 인천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 ⓒ 박정선
앞으로의 공연은 성남시향(지휘 금난새)과 전주, 공주, 대전, 서울 시향 등의 연주가 있고 대망의 마지막 날(6/25)은 내 고향 부산 시향의 연주도 있다. 물론 화면을 통해 라이브 연주를 듣기 때문에 광장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저 건너 차도 지나다니지만, 그런 것들이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집중할 수 있으니 많은 분이 오셔서 야외 교향악 축제의 매력을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