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소중한 일요일... 마트노동자의 휴일을 지켜주세요

[마트노동자 문학 공모전 - 수상작 기고 ⑤] 가족들과 보내는 휴일, 마트노동자의 일요일

등록 2023.06.09 14:35수정 2023.06.0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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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이지만, 마트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한 달 두 번의 소중한 일요일을 강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일요일 의무휴업이 없어지고 나면, 대형마트는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던 과거의 시절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정의 달인 5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요일을 잃지 않으려는 마트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트노조가 지난 3~4월 진행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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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 ⓒ 마트산업노동조합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마트가 직장이 되었고 9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마트노동자의 하루는 언제나 매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8시가 출근 시간이지만, 30분 일찍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며, 휴무날 있었던 이야기, 어제 퇴근하고 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드라마 이야기에서 자식 자랑까지… 평범한 일상이 묻어나는 출근 전 시간입니다.

8시부터는 10시 마트 오픈을 위해 물건 진열과 가격 변경을 합니다. 2시간 안에 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참 힘듭니다. 2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이 큰 매장을 정리하고 가득 채워 나갑니다. 내 가정의 행복을 채워 나가는 것처럼,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 할 추억을 채워 나가는 것처럼 매장의 빈 곳을 채워 나갑니다.

10시 오픈을 하면 손님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집니다. 이것저것 찾아주고, 안내해 주다 보면 매장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아픕니다. 그래도 나의 직장이 있다는 마음으로, 내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마음으로 지친 몸을 더 끌어가며, 물건을 채우고 옮기는 일을 합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박스를 뜯고, 진열하고, 박스를 치우고 또 물건을 옮기고… 반복되는 일상 지겨운 일상이지만 한 달에 두 번 쉴 수 있는 일요일이 있어서 오늘도 버텨 낼 수 있습니다.

마트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갑니다. 가족들과 함께 오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오기도 합니다. 고객들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묻어납니다. 어린아이가 사달라는 음료수를 사주는 부모님의 얼굴에서, 친구들과 놀러 가는 길에 들른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넘쳐나고 행복이 넘쳐납니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도 웃음이 넘쳐납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내가 진열한 물건을 가져가는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고객들의 행복한 모습에 괜히 더 뿌듯해지는 하루입니다.

마트에서는 우리를 노동자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게도 가정이 있습니다. 가족들이 있습니다. 힘든 육체노동을 버티게 하는 힘, 진상 고객을 만나서 마음이 다쳐도 이겨낼 힘은 우리 가족에게서 나옵니다. 

저도 사랑하는 아내와 5살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입니다. 그리고 저랑 함께 일하는 마트노동자들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입니다. 한달에 두 번 쉬는 일요일은 마트노동자들이 재충전을 하는 날입니다. 가족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일요일은 참으로 소중한 날입니다.


일요일이 있어, 우리 가족은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갈 고민을 합니다. 일요일이 있어, 온종일 5살 딸아이와 붙어 있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추억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일요일이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웃음꽃을 피워낼 수 있는 소중한 날입니다.

참 이상하게도 마트에는 주말에 가족 손님들이 많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주말을 이용해서 가족과 함께합니다. 주말을 이용해서 외식도 하고, 필요한 물건도 삽니다. 주말은 당연히 쉬는 날이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입니다.

토요일에 근무할 때마다,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생각에 행복하기도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외로움의 마음도 있습니다. 5살 나이 또래의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평범한 일상인데, 주말에 마트 오는 건 참 평범한 건데, 마트는 주말에 문을 닫는 날이 2번밖에 없으니 한 달에 6번 이상은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없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일요일입니다. 한 달에 2번이라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일요일입니다. 일 년이면 24번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날이니까요!

우리에게 일요일에 쉰다는 것은 단순히 체력을 회복하고 몸을 쉰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가족들 속에서 마음을 쉬고, 행복을 충전한다는 의미입니다. 한 달에 두 번은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많아 보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일요일에 쉬는 것이 평일에 쉰다고 크게 차이 없잖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평일에 쉰다는 건 그냥 휴일, 그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마음을 충전하지 못하고, 행복을 충전하지 못하는데,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평일 휴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온종일 내 가족들과 웃고 떠들고 먹고 추억할 수 있는 일요일이 필요합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일은 마트노동자에게 주어진 한 달에 2번 쉬는 일요일입니다. 내일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잠들어 있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웃음이 넘쳐나는 가족의 모습은 조금 지나칠지 몰라도, 칭얼대는 딸아이를 달래고 함께 손잡고 걸으며 이야기 나누는 상상을 합니다.

오붓하게 외식하며 아이가 먹을 것을 챙겨주는 행복한 모습을 상상합니다. 추억 한 장을 남기며, 행복한 저녁을 먹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소박한 일요일. 누구에게나 있는 일요일의 그런 풍경을 상상합니다. 우리에게 일요일은 소박함과 행복이 넘쳐나는 그런 날입니다.

마트노동자의 행복을 위해, 소박한 행복을 위해 일요일은 꼭 지켜야 하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소중한 날입니다.

함께 웃고, 함께 행복해집시다.

마트노동자의 일요일을 함께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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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유통노동자에게 일요일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는 '업계특성'이란 이유로 제대로된 주말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유통노동자의 주말휴식권 쟁취를 위한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마트노조가 개최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우수> 정연성(부산, 홈플러스 근무) 님의 글입니다.
#마트노조 #문학공모전 #의무휴업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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