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원사가 '마키나무의 밤톨'을 만들고 있다.
유신준
이론수업하는 동안 숙제를 하다가 만난 사람들이 있다. 우연한 인연이었다. 개인정원 자료사진을 찍으러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전지하는 사람을 만났다. 사부가 지난번에 '두 시간이면 끝난다 했던 마키나무의 밤톨'을 만들고 있었다. 잠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 정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요즘 짓는 신흥주택은 정원이 없다. 정원이랍시고 눈가림으로 문 앞에 잡목 한 두그루 심는 정도다. 우선 차고부터 지어야 하니까 정원을 만들 땅이 없다(일본은 차고지 증명이 없으면 차를 살 수 없다).
더구나 요즘 젊은이들은 마음의 여유도 없고 정원에 관심도 없다. 이게 딱 맞아 떨어져 일본정원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충격이었다. 일본정원을 배우자고 산 넘고 바다 건너 일본까지 왔는데... 어렵게 사부를 구해 지금 수업중인데 정원이 사라지고 있다니?
시대가 바뀌고 있었다. 과시의 대상이던 정원 시대가 지나고 각자 형편에 맞는 생활정원의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규모 있게 만들어진 정원은 관리에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정원 일이 나이 든 사람에게는 소일거리요 재미일지 모르나, 바쁜 젊은 사람들에게는 부담일 터다. 사부처럼 정원이 주업인 경우는 즐거운 일이겠으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역시 성가신 작업일 수도 있다.
캐주얼 정원의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