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단지(1968)조성 초기 모습으로, 급하게 지어 올린 흔적이 역력한 집들이 즐비하다.
서울역사박물관
하지만 계획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는다. 애초부터 개발할 돈도 없었고 오직 몰아내려는 의도만 있었다. 서울시는 공영개발을 채택하지 않는다. 투기를 조장해 단기간 개발이익을 노린, 이름도 모호한 '경영행정방식'으로 사업을 진행시킨다.
시행 과정에 문제가 드러난다. 서울시는 땅을 시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당 400원에 강탈하다시피 빼앗아간다. 광주로 가면 집은 물론 일자리도 알선해 준다는 말로 현혹하여, 택지를 조성하기도 전에 도시빈민을 속이거나 혹은 강제로 실어 나른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일자리는커녕 거주공간도 형편없다. 큰 군용천막에 네댓 가구가 장롱 등 가구로 칸을 막고 살아야 했다. 식수와 전기는 물론 밥 끓일 연료도 변변치 않다. 공용화장실도 12곳에 불과해, 나무를 베어낸 민둥산이 분뇨로 아수라장이다. 뒤이어 찾아온 건 전염병이다. 이질, 설사는 물론이고 콜레라가 창궐한다.
1970년 초여름엔 수인성 전염병으로 하루 3∼4명이 죽어 나갈 지경이다. 환경은 이제 생사가 걸린 현실이 되어, 병균이 이들을 습격한 것이다. 하지만 1971년이 되어도 도시기반시설은 공급되지 않는다. 강제로 이주시킨 후 사실상 방치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