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없는 집은 없다. 천막을 치고 살아도 정원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사람들이다.
유신준
의심의 여지는 또 있었다. 공부는 네가 하는 것이니 우선 질문 거리를 찾아 물어야 한다는 게 사부의 교육 방침이었다. 아는 게 없으니 질문이 짧은데 비해 대답은 자세하고 길었다. 정원 전문용어를 이해하기도 바빴다. 이상하고 불친절한 교육이었다.
질답 형식으로 한 시간씩 수업이 진행됐다. 말씀을 다 따라 적을 수가 없으니 녹음을 하고 뒤에 따로 정리하겠다고 하자 그건 허락했다(녹음 자료를 문서로 정리하는데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수업이 없는 동안 읽을 책을 한 권 소개해 달라고 하자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나한테 수업을 받고 있지만 공부는 네 공부니까, 여러가지 책을 읽어보고 네가 스스로 고르라는 것이다. 내가 소개해주면 거기에 의존하게 되므로 그건 네 공부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사부가 나를 싫어 하시는 건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일단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원래 성격이 그러하신 분으로... 차차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해야지 어쩌겠나.
이 길은 내가 하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한 외줄 아닌가. 외줄에 올라선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 줄에서 뛰어 내리거나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앞을 향해 조심조심 한 걸음씩 내딛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