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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 말씀이..." 최저임금 토론회 민주당 실무자가 사과한 이유

[현장] "산입범위 개악으로 월급 안 올라" 저임금 노동자 호소... 전문가 "실태조사 해야"

등록 2023.06.14 20:11수정 2023.06.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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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토론회 현장 노동자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임금 왜곡 현상을 증언하고 있다. ⓒ김성욱 ⓒ 김성욱

 
"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에서 자동차 범퍼를 만든다. 2018년도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16.4% 인상함과 동시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하자, 회사가 이를 활용해 최저임금이 올라도 월급이 오르지 않게 만들었다. 2021년도부터 지금까지 시급이 8000원 그대로다." (김태훈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정책선전부장)

"서울역 내 시설에서 환경업무를 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베이스로 임금구조가 설정되는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2년째 임금이 삭감된 거나 마찬가지다. 재작년엔 최저임금인 기본급 182만원에 식대 14만원을 받았지만, 작년엔 기본급 186만원에 식대 14만원을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폭(5%)보다 적다." (이의영 한국공공사회산업노조 서울역사관리지부장)


식비나 교통비, 상여금 등 매달 지급하는 수당까지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시행된 지 5년째를 맞는 가운데, 이 제도의 부작용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제대로 오르지 않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각종 수당을 신설해 최저임금에 포함시킨 뒤 기본급은 오히려 깎는 꼼수를 쓰면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계산할 때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2차 하청 업체에서 일하는 김태훈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정책선전부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개악되면서 최저임금이 올라도 월급이 오르지 않고 있다"며 "각종 수당이 최저임금에 들어가면서 현재 시급이 8000원이 됐다"고 했다. 김 부장은 "자동차를 만드는 고된 육체노동을 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시급을 지급받는 게 너무 기가 막히다"며 "연장·야간·휴일 수당도 시급 8000원을 기준으로 계산이 돼, 회사가 장시간 노동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김영진 르노코리아지회 사무국장 역시 "2019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바뀌자 르노코리아는 기존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바꾸고 라인수당, 가족수당, 직책수당, 서비스수당 등 각종 수당을 21개까지 늘렸다"라며 "그 결과 지난 4년간 회사는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라며 실제 임금을 동결했다"고 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입법화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거세지자,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식비·교통비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돼왔고, 2024년이면 완전히 포함되게 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산입범위 확대 당시 (문재인)정부는 연봉 2500만원 미만, 연봉 2500~3000만원 사이 노동자들은 피해를 받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공공부문 자회사나 대기업 사내하청에서도 이 정도 피해를 입고 있다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피해 사례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돼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서 "드릴 말씀 없다" 사과한 더불어민주당 정책 실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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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토론회'가 열렸다. ⓒ 김성욱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과 같도록 법을 개정해 노동자들이 연장·야간·휴일 수당 계산 때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산입범위를 통상임금과 일치시키는 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소속 정길채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민주당 이수진, 김한규 의원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라며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액면 그대로 확대되는 만큼 그 전에 최대한 입법을 노력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정부 시절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산입범위 개악이 이뤄졌다는 노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정 위원은 "현장 발언을 들으면서 너무 죄송스럽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과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민주당 #문재인정부 #통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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