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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공익신고 포상금' 중 50% 세금으로 내라는 국세청

현대차 결함 공익제보 김광호씨 사례 논란... 참여연대 "국세청, 경직된 해석 내놔"

등록 2023.06.15 14:41수정 2023.06.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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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공익신고로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포상금 190억원중 95억원을 세금으로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 국세청

 
1991년 현대차에 입사해 25년간 일하던 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부장은 현대자동차측이 '세타2' 엔진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음을 알았다. 김씨가 알게된 내용은 엔진 결함을 포함해 총 32건의 제작 결함이었다.

김씨는 회사측에 리콜조치 등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측은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를 고민하다 결국 지난 2016년 당시 회사 내부 보고서를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그리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보(공익신고)한다.

공익신고의 파장은 컸다. 국내외에 판매된 해당 자동차가 리콜되고 이를 은폐한 현대기아차 리콜 은폐 책임자들이 모두 기소됐다. 미국 정부는 현대자동차측에 81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현대자동차측은 같은 해 11월, 김씨를 사내 보안 규정 위반으로 해고했다.

미국 정부는 5년 후인 2021년 11월, 김씨에게 현대자동차측에 부과한 과징금의 30%인 2430만달러(한화 280억여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한국 국민권익위원회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근거로 2019년 김씨에게 2억 원을 지급했다.

변호사 비용을 제하고 김씨가 미국 정부로부터 최종적으로 받은 포상금은 190억여원이었다. 그런데 한국 국세청이 지난 6월 8일, 김씨에게 포상금의 49.5%인 95억원을 세금으로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즉, 포상금 190억원 중 95억원을 세금으로 내라는 것.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비과세,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포상금은 과세?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법규의 준수 및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신고 또는 고발한 사람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포상금 또는 보상금'을 비과세되는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벨상 또는 외국정부ㆍ국제기관ㆍ국제단체 기타 외국의 단체나 기금으로부터 받는 상의 수상자가 받는 상금과 부상은 비과세다. 


이에 따라 김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받은 2억 원에 대한 세금은 납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포상금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국세청은 포상금의 지급 주체가 외국 정부이고 김광호씨가 받은 돈이 위 시행령에서 정한 '상금', '부상'과는 그 용어가 다른 '포상금'이라는 이유들 들어 과세 대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13일 논평을 통해 "공익제보자가 외국정부에서 받은 포상금을 비과세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과세 결정을 한 국세청에 유감을 표하고, 지금이라도 과세처분을 취소해 줄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충분히 공익제보자 보호 취지에 따라 공익제보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음에도 형식적으로 해석해 공익제보자가 외국정부로부터 받은 공익제보 포상금을 비과세기타소득으로 보지 않고 과세대상으로 보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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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1월 열린 국민권익위원회-공익신고자 아너스클럽 간담회 모습. 이날 김광호씨가 감사패를 받았다. ⓒ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제보지원센터는 논평에서 "공익신고 이후 각종 민형사 소송에 시달려 온 공익제보자가 다시 국가를 상대로 추가적인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은 가혹한 일"이라며 국세청의 세금 납부가 잘못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달 종합소득세 추정세액의 절반을 납부했다. 지난 5월 31일까지가 납부 기한이었는데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또 거액의 가산세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가 국세청에 "미국 정부에서 받은 공익신고 포상금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냐"고 질문한 것은 지난해 3월. 국세청은 1년동안 아무 답변도 없이 질질 끌다가 6월이 돼서야 세금을 납부하라고 해 무성의 논란도 일고 있다.

참여연대 "국세청이 공익신고자 보호 측면 간과한 경직된 해석 내놔"

김씨는 일단 세금을 납부하고 추후 소송을 통해 돌려받는 것을 강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국세청의 이 같은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법령 해석으로 인해, 공익제보자인 김광호씨는 또다시 국가를 상대로 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국내외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은옥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간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광호님이 세금을 납부하고 안 하고와는 별개로 공익신고로 인한 포상금, 보상금은 비과세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 간사는 "소득세법을 보면 우리 정부에서 받은 포상금이나 보상금은 비과세다. 따라서 권익위로부터 받은 신고 포상금 2억은 비과세로 전액 다 받으셨다. 즉, 한국 정부에서 주는 포상금은 비과세이고 외국에서 받은 상금과 부상은 비과세인데 외국에서 받은 포상금은 과세다라는 것이 국세청의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문 간사는 "이는 공익신고자 보호 측면, 공익신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이 마련된 이유를 잘못 해석한 거다"라며 김씨가 받은 포상금이 실제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납부한 과징금액의 30%, 공익신고의 대가로 받은 것이기에 비과세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신고 #보상금 #포상금 #세금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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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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