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김보민
대회 당시에는 7천 명 가량이 모였는데 앳된 학생부터 70대 이상의 어르신까지 참가자의 연령은 아주 다양했다. 함성과 함께 기록이 좋은 사람들이 먼저 달려 나가기 시작했고, 내 차례가 되어 대열을 따라 달렸다.
아침 7시 대회라 전날 밤잠까지 설쳤지만, 저녁내내 열심히 한 스트레칭이 도움이 되었던지 시작부터 다리 움직임이 좋았고, 같이 달리는 사람들 에너지가 느껴져서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았다.
이 많은 사람이 모두 달리기 하나를 위해 이곳에 모여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찡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이런 대회가 처음이라 마치 내가 진짜 마라토너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황홀할 지경이었다.
대회 목표는 단순했다. 다치지 않고 욕심내지 않기, 급수대에서 물 잘 챙겨 마시기, 완주하기, 조금 더 할 수 있다면 2시간 30분 이내로 들어오기!
보스턴 씨포트에서 시작해 찰스강변을 달려 하버드 대학 인근까지 갔다가 반환점을 돌아 보스턴 퍼블릭 가든을 지나 씨포트로 들어오는 경로였다. 생각보다 오르막 구간이 자주 등장했고, 그럴 때마다 우리 동네 오르막을 아주 힘겹게 달렸던 날들이 떠오르며 그 경험이 헛된 게 아니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두어 번 급수대에서 나눠주는 물을 마시고는 이내 요령이 생겼다. 물만 두 잔 연거푸 마시기보다 이온 음료를 먼저 한 잔 마시고 물을 마시며 입을 헹구는 게 도움이 되었다.
마라톤 대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달리면서 사진도 곧잘 찍는데 난 핸드폰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핸드폰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정석대로 그저 앞만 보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력으로 달리기만 했다.
10킬로미터 반환점을 돌고 내 주변 사람들이 한번 물갈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 빠른 속력으로 치고 나간 사람도 있고, 뒤로 빠진 이들도 있었고, 걷는 사람들도 보였다. 시작 무렵 나의 목표 평균 속력은 킬로당 6분 30초였는데, 생각보다 더 빨리 달려 6분 18초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반이 남은 시점, 체력 분배가 중요하겠다 싶었고, 내 호흡에 집중했다.
들이쉬는 숨보다 내쉬는 숨이 많아야 숨이 차지 않는다.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는 숨과 내 발 움직임의 박자를 맞췄다. 속력을 미리 세팅하고 달리는 트레드밀 위에 있는 느낌으로 호흡으로 속력을 조정한 셈이었다.
15킬로미터 구간에 접어드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보스턴 찰스 강변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건물들의 꼭대기를 눈으로 연결하며 도시의 밑그림을 내 머릿속에 그렸다. 가족을 응원하러 나온 어린이들과 대회를 관리하는 경찰들과 하이 파이브도 했다. 이제 마라톤 대회를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괜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