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약초재배지였던 섬, 왜 흑염소와 음양곽이 유명할까

등록 2023.06.16 10:45수정 2023.06.16 10:45
0
원고료로 응원
a

ⓒ 완도신문


군사정권 때 청와대는 이순신 성역화사업을 진행했다. 관계자들이 임진왜란 격전지를 돌아보며 전국을 순회하면서 그 지역 토속음식도 찾았다. 

전남 완도군 약산도에 와서는 자연산 약초를 먹고 자란 흑염소를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청와대 비서진들은 흑염소 보양식을 대통령에게 급히 올렸다. 그러면서 약산도가 건강의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자연산 비아그라로 불리는 삼지구엽초를 먹고 자란 흑염소는 전국 최고의 명물로 급부상했다.  


약산도는 원래 명칭이 조약도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조약도가 처음 등장한다. 

129종의 약초가 자생하고 맥문동과 음양곽, 인삼, 녹용의 약재가 생산된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왕조실록 1510년 기록에는 조약도에 목장이 조성돼 말, 사슴, 염소 등을 사육했다고 전한다. 예부터 이 섬은 약초가 많이 자생해서 약산(藥山)이라 했고, 약재를 조달하는 곳이라 하여 조약(助藥)이라 불렀던 것 같다. 조약도와 함께 약산도라고 부르게 된 이유다.

한방에서는 음양곽(淫羊藿)을 삼지구엽초의 옹근 풀을 말린 것을 말한다. 

한때, 약재로 잘 알려진 각 지역 관광지에서는 음지에서 잘 말린 삼지구엽초를 담근 술로 만들어 음양곽주를 상품으로 내 놓았다. 자양강장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하여 유명관광지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다. 

삼지구엽초는 가지가 세 개로 뻗고 아홉 개의 잎이 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신경과 간경에 작용하여 몸에 생긴 병을 보하고 정기를 돕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하고 습기로 인해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것을 없앤다고도 했다. 바로 그 삼지구엽초의 자생지가 약산이다.


이름난 약재를 중국 수입에 의존했던 조선 왕실은 약초재배에 적합한 곳을 찾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전라도 각지에다 약초를 재배했다고 한다. 

왕조실록 1485년 윤4월 29일 기록에 나주, 진도, 함평, 영암, 보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고, 1544년 11월 1일 기록은 전라도 전역을 포함시키고 있다. 조약도는 명나라 수군이 주둔했던 고금도와는 인근이여서 이미 이순신은 전쟁 중 부상자에게 사용할 약재를 이곳에서 공급했다. 조정에서 보낸 약재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이곳에 더 의존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약재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었고, 조약도는 조선왕가의 약용식물 재배단지가 돼 왕실 약재 공급처가 됐다고 한다. 조선왕실에서 최장수를 누린 정명공주(1603∼1685)가 약전으로 하사받은 땅이기도 하다.

약산의 명물이 된 흑염소는 번식력이 강해 섬사람들에게 골칫거리가 된 적이 있다. 온갖 수목을 먹어치워 산림을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염소는 지구상에 600여 종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약산도 흑염소는 작은 체구에 성장도 더디지만 고기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식용이나 약용으로 주로 이용된다. 초식동물 중에서 거친 먹이를 잘 먹고 산악지역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어서 산지 인근을 중심으로 사육이 성행했다. 방목된 흑염소가 산림을 훼손해 생태계 파괴 문제가 제기 되기도 하지만, 약산도 흑염소는 자생약초를 먹고 자라나 염소 특유의 냄새도 적고 약성이 강해서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건조하고 거친 지형에서도 빠르게 적응하며 생후 5∼6개월이면 성숙해 이듬해 봄에 1~2마리의 새끼를 출산할 정도로 번식력도 높다. 흑염소에 관한 기록 중 6세기 초 중국의 제민요술이 처음이며, 고려시대 안우가 중국에서 가져와 경상도 지역에서 사육한 기록이 최초다. 

고서에는 염소와 흑염소를 분명히 구분지어 기록했다. 보양식으로 일반에 애용됐고, 증보산림경제와 본초강목은 흑염소가 허약 체질을 낫게 하고 보양 강장에 탁월하여 회춘하는 약으로 사용됐다. 

흑염소는 소규모로 사육됐으나 근래에는 염소 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고기 생산량이 많은 대형 외래종과의 교잡종 생산에 축산업계가 주력해 재래종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약산도에는 토종 흑염소가 바위며 산 속 깊숙이 자리를 잡고 방목돼 약산도 어느 산을 가더라도 염소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타고 메아리를 울린다. 

초식동물 특성상 경계심이 많은 염소는 무리지어 절벽이나 바위로 몸을 피하기 때문에 멀리서 그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외래 교잡종이 아닌, 털이 윤택하고 비교적 체구가 작은 토종 흑염소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a

ⓒ 완도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약산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완도신문은 1990년 9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참 언론을 갈망하는 군민들의 뜻을 모아 창간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는 사훈을 창간정신으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의 길을 걷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3. 3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4. 4 대통령 온다고 수억 쏟아붓고 다시 뜯어낸 바닥, 이게 관행?
  5. 5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