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말쯤 NAP는 정부(주무부처 법무부)에 의해 확정돼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2023년이 절반이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식이 없다. 내가 아는 바로는 지난해에 법무부 인권국이 중심이 돼 NAP 공청회를 열려고 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산된 이래 정부의 NAP 수립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무부 인권국은 올해 중으로 NAP를 수립하겠다고 하는 모양이지만 장관의 관심사에서 벗어난 업무를 하는 인권국이 제대로 역할을 할지 무망한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서 판단하면 이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과 시행은 그 출발부터 잘못됐다. 도무지 정부의 인권 의지를 읽을 수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그리울 정도다.
인권 정책, 윤석열 정부 들어서 동면에 들어가다
또 하나 엄중하게 지적할 문제가 있다. NAP와 직결되는 인권정책기본법 제정 움직임이 이 정부 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NAP는 그동안 국내 입법적 근거보다는 국제인권법적 근거로 인권위와 정부가 시행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권위 권고 → 정부 수립 → 시행 → 인권위 모니터링 등의 절차가 근거 법령 미흡으로 정권의 인권 의지에 좌우됐다. 그래서 이것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인권위와 법무부가 새로운 입법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 인권정책기본법이다.
여기에는 NAP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이행하는 절차가 규정돼 있고, 현재 지자체의 조례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는 지방 인권 시스템의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이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22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만들어져 인권위가 탄생한 이후 대한민국의 인권 시스템을 한 단계 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정부 하에서 인권정책기본법 입법 움직임은 인권위와 법무부의 상호 협력 하에 진행됐다. 양 기관이 오랜 기간 법안 마련에 힘을 기울였고, 장기간 협의를 거쳐 합의안을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인권위 상임위원으로서 그 전 과정에 관여했다. 이 법안이 2021년 말 국회에 올라가자, 인권위는 특별히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정치 입법이 아니기 때문에 여야가 쉽게 합의해 입법절차를 끝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상황이 윤석열 정부 들어선 후 급변했다. 법안이 지난 1년 동안 '완전 동면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이 법안은 여도 야도 보수도 진보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국회에서 통과시켜 법률로 공포하면 무조건 대한민국 인권상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좋은 법안이다. 그런 법안임에도 현 정부가 전임 정부의 일이니 책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너무나 문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