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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잘한 일" 호평 받은 이재명, 관건은 7월 국회

[분석] '방탄' 논란 승부수로 불체포특권 포기했지만… "이번 한 번으로 민심 얻는다? 과욕"

등록 2023.06.19 20:27수정 2023.06.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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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습니다. 저를 향한 저들의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습니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19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미리 취재진에게 공개했던 원고에는 없던, 이재명 대표의 승부수였다.

"당대표 1년 동안 제일 잘한 일"이라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그의 결정을 반겼다. 경기도 지역의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7월 임시국회가 열렸을 때 '방탄' 소리를 듣지 않고 싶고, 그것 때문에 발생하는 내부분란이 없어야 한다, 설령 구속되더라도 내가 책임진다는 뜻이 담겨있다"며 "이 대표의 (자기)희생적 결단"이라고 호평했다. 실제로 이날 연설 직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여부를 연설에 담을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지만, 이 대표 본인이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다른 의원은 "당대표 1년 임기 동안 제일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백현동 사건, 쌍방울 사건으로 한 번 더 체포동의안을 보낸다는 말이 나오지 않냐"며 "그러면 또 (민주당을) 시험에 들게 할 텐데 '표결하지 마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회색지대에서 팔짱을 낀 채 민주당을 바라보고 있는 중도∙무당층에게 인정받기란 "힘들 것"이라며 "오랫동안 쌓인 비호감도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당 밖에선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먼저 사과부터 했어야 옳다"며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취재진을 만나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는지 잘 모르겠다"며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 따라서, 그 절차 내에서 행동하겠다는 말씀은 기존에 하셨던 말씀보단 좋은 얘기 아닌가 싶은데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돈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이전에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즉에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굴 수 없다"라며 아쉬워했다. 다만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자정과 혁신, 민생을 위한 실천과 실력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 연설"이나 "민주당의 변화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민생·민주를 위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 속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분명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국민들, '이재명이 진짜 진정성 있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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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당 안에서도 결국 '관건은 실천'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한 번만으로 국민의 민심을 얻는다는 것은 과욕"이라며 "사람들이 불신이 많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게 일정 부분 기대했는데 이 대표 자신도, 당도 사법리스크 대응은 시원찮고 돈봉투 의혹에 김남국 코인사건, 이래경 혁신위원장 낙마 등으로 별로 미더운 구석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 6월 2주차 조사에서 이 대표는 '당대표 역할 수행평가 긍정 32%-부정 60%'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의원은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국민) 신뢰의 붕괴"라며 "이런 게 계속 쌓여야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실천가능한 해법으로 7월 임시국회 일정 조정을 제안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논란,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가능성 등을 볼 때 7월 국회 '휴업'은 어렵지만, 회기 중 또 체포동의안이 넘어와 '이재명 방탄' 논란을 되풀이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수도권 의원 역시 "7월 임시국회를 딱 필요한 기간만, 최대한 소집을 짧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재명이 진짜 진정성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며 "그동안 '방탄'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도 썩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 스스로도 '국민들이 민주당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까지 변화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앞으로 더 잘하는 게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한국갤럽 조사 개요는 아래와 같다. 자세한 내용은 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조사 기간 : 2023년 6월 13~15일
- 조사 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 오차범위 : 95% 신뢰수준에 ±3.1%p
#이재명 #불체포특권 #방탄 #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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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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