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 온직3리에 걸린 현수막. 주민들은 골프장이 포함된 관광단지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이재환
충남 청양의 한 시골마을이 골프장이 포함된 관광단지 조성 소식에 술렁이고 있다.
지난 달 24일 A업체는 청양읍 온직3리에서 "지역소멸 고위험 지역인 청양에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청양군 남양면 일원 65만 평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숙박시설 등이 포함된 관광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온직3리에는 42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 주민들은 서부내륙고속도로(평택-익산) 건설 공사 이후 각종 '개발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21년 온직리 마을 한가운데로 서부내륙고속도가 건설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공사소음과 먼지 피해를 입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8월에는 부여와 청양에 내린 폭우로 온직리를 포함한 남양면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때도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인 온직리의 피해가 특히 컸다. 마을의 뒷산이 깎이고 빗물이 마을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면서 논과 밭뿐 아니라 민가까지 침수 피해를 당한 것이다.
지난 18일 기자는 청양군 온직리를 찾았다. 관광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온직리 일대는 여전히 지난해 발생한 홍수 피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집중호우로 파괴된 마을 앞 도로는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구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노승일 온직3리 이장은 "1년 전쯤부터 마을에 골프장이 포함된 관광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속도로 공사로 마을이 공사판으로 변했다. 지난해에는 수해까지 입어서 피해가 컸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시 관광단지라는 명분으로 난개발이 이루어지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 회관과 민가를 제외하고 마을 대부분의 산지가 관광단지에 포함된다. 관광단지가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인다. 온직리 주민들은 관광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의미로 업체의 주민 설명회를 보이콧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