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선 작가가 제작한 대형태극기 작품은 백령도에서 수집한 낡고 헤진 태극기다. 백령도 주민들은 조업을 할때나 경비정을 돌때도 항상 태극기를 꽂고 움직인다. 태극기는 백령도를 지키는 수단이자 상징이었다.
이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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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인천시청 신관 1층 건물 외벽에 특별한 대형 태극기가 걸렸다. 흙물이 들고 변색된 낡고 헤진 태극기 40개로 엮은 6X4m 규모의 대형 태극기 작품이다.
이는 설치미술 작가 한희선(52)씨의 '날카롭지 않게 무뎌지지 않게' 전시 작품이다. 한 작가는 너덜너덜하고 낡은 이 태극기에 관심을 갖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작품 속 태극기는 모두 그가 직접 백령도에서 수집했다. 작가는 '평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면서 백령도를 드나들었고, 섬을 돌아보면서 백령도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는 태극기에 주목했다.
"백령도를 돌아보니 태극기가 훼손된 게 굉장히 많았어요. 도심에서는 깨끗하게 보관된 태극기만 보았는데 특이하게 비쳐졌습니다. 사람들이 낡고 헤진 태극기와 일상을 함께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태극기 걸고 조업을 하고, 경비정이 도는 모습을 보면서 태극기가 백령도를 지켜주는 수단이자 상징 같았습니다."
작가는 백령도 어선, 경비정, 군부대, 주택가 등을 돌며 헤지고, 빛바랜 태극기 40점을 수집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대형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작품 명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고 지었다.
한 작가는 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해왔다. 태극기 외에도 작년엔 강화 소창을 백령도 하늬해변 용치에 묶어 작품화한 '무뎌진기획'전을 열었다. 백령도 하늬해변에는 최전방 군사시설인 용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대전차 방어시설로도 불린다. 북한에서 바다로 탱크 등을 몰고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군사시설이다.
작가는 군부대를 어렵게 설득해 용치에 하얗고 보드라운 강화소창을 묶어 평화를 상징하고 표현하는 작품으로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 작가는 지난해 백령도 하늬해변 용치에 묶었던 강화 소창을 작품화해 선보였다. 바닷물이 드나들어 뻘에 물들고, 녹슨 용치의 철분이 뭍은 강화소창을 조각 조각 잘라내 깨끗하게 빨고 건조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평화의 의미를 담뿍 담았다.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전시를 통해 전쟁보다는 다시 평화를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날카롭게 않게, 무뎌지지 않게' 전시
○ 기 간 : ~ 6월 23일까지
○ 장 소 : 인천시청 신관 라보체갤러리
글· 사진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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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서 온 태극기, 인천시청에 내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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