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주 4.3희생자유족청년회 회원 30여 명이 대전 골령골 현장을 방문해 제를 올리고 있다.
심규상
"제게는 세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이들은 제주에서 손수 준비해 온 밀감과 음식을 현장에 차려 놓고 제를 올렸다. 이어 학살터를 둘러보며 영혼들을 달랬다. 한 유족회원은 동백꽃 추모 배지를 현장에 설치된 소망줄에 매달았다. 동백꽃 추모 배지는 4.3 배지로도 불린다. 4.3사건 당시 제주 곳곳에서 희생된 이들의 모습이 꽃송이째로 떨어져 동백꽃을 연상해 만든 추모 배지다. 추모배지는 동백꽃과 제주섬 모양을 형상화했다.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 제게는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며 "하나는 골령골에서 학살된 모든 사람이 진실규명을 받는 것이고, 둘째는 가해자들의 죄상과 이름을 널리 알리는 일이고, 셋째는 골령골 평화공원이 하루속히 완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4.3 당시 불법 군법회의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4.3 수형 희생자 300명 중 현재까지 진실 규명이 이뤄진 사람은 88명에 불과하다. 또 4.3사건 당시 초토화 작전을 펼친 송요찬 연대장은 대전 골령골 학살 당시에는 헌병사령관으로 학살에 관여했다.
고경호 제주 4.3 희생자 유족청년회장은 "제주 4.3과 골령골 학살, 5.18은 넘고 건너야 할 평화와 인권의 한길에 놓여 있다"며 "그 길에 유리 청년회원들이 부모님의 대를 이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 4.3 희생자 유족청년회들은 전남 광주로 향했다. 광주에서는 오는 25일까지 5.18 민주묘지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옛 전남도청 등을 둘러보고 현장 강의를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