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유고(石洲遺稿)』국역본
경인문화사
병자년(1916) 정월 대보름 밤에 우연히 읊다
풍상을 실컷 맛본 동해의 나그네
맑은 눈과 달의 정월 대보름 밤
골목에는 별인 양 등불들이 환하고
허공에서는 폭죽 소리 천둥인 양 요란하네
지사는 시절을 슬퍼하여 늘 피눈물 흘리고
아이는 말을 알면서부터 벌써 군가를 부르네
만사는 하늘로부터 정해진다는 것을 잘 알기에
잠시 숲으로 가서 자는 새들을 짝해보네. (주석 1)
최근 '자유'라는 말이 범람하고 있다. 선생은 1923년 <자유도설(自由圖說)>의 주제 아래 '참된 자유', '온전한 자유', '문명한 자유' 등을 지었다.
참된 자유
정욕(情慾)의 노예가 되지 말라.
남보다 뛰어난 재주를 지닌 자는 반드시 남보다 많은 욕심을 지니고 있다. 만약 남보다 많은 도덕심이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그 재주는 그 욕심의 노예가 된다. 그러므로 극기의 공부는 잠시라도 그쳐서는 안 된다
환경(環境)의 노예가 되지 말라.
인심이 생존경쟁의 경계에 서게 되면 우리의 곁을 둘러싼 환경이 밤낮으로 서로 싸우게 된다. 환경과 싸워서 이긴 자는 존립하게 되고, 싸우지 않고 환경에 압도되는 자는 망한다.
세속(世俗)의 노예가 되지 말라.
세속은 변화하여 무상하다. 장부는 마땅히 자립하여야 하니, 어찌 일거일동을 남을 따라할 수 있겠는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가 최상이다. 그것을 할 수 없다면 구시대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차선이다.
고인(古人)의 노예가 되지 말라.
고인도 또한 법을 말하여 당시의 폐단을 바로잡으려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코 사서와 육경의 모든 것을 오늘날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이목이 있으니 나의 사물은 내가 격치(格致)하고, 내게 생각이 있으니 나의 이치는 내가 궁구(窮究)하는 것이다. 고인에 대해서는 스승으로 삼기도 하고, 벗으로 삼기도 하고 적으로 삼기도 해야 한다. (주석 2)
의암 손병희의 회갑연서
삼십 이년 간을 순식간에 덧없이 보내고서
태양의 상스러운 꿈이 그대의 몸에 내려왔네
인내천의 요지를 세 번째로 전해 받았으며
독립을 앞장서서 외쳐 조국을 새롭게 하였네
기꺼이 동포를 위해 몸을 지옥에 던졌나니
회갑을 당하여 회갑연 자리에서 송축을 하네
광란의 물결 속에서도 동방은 새벽을 향하나니
멀리 자애로운 배에 우두커니 섰다가 일찍 길을 묻네. (주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