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앞다리살과 별도 구매한 양념소스를 활용해서 만든 두루치기. 약간의 야채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권진현
삼식이 아빠의 도전
혼자 있을 때는 끼니를 때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재래시장과 편의점, 밀키트, 배달음식 등 사방에 먹을 것이 천지다. 굳이 내 손을 거치지 않아도 손쉽게 먹을 수 있다. 덜 건강하고, 비용이 더 들 뿐.
하루에 한 번, 저녁밥은 직접 준비해야 했다. 1년 365일 아이들에게 비엔나소지지만 구워줄 수는 없었다. 비싸고 자극적인 외부 음식을 매일 사서 먹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퇴근 후 피곤해 하는 아내에게 저녁식사 준비를 맡길 수도 없었다.
유튜브를 검색했다. 요리하는 유튜버가 너무 많아서 어떤 영상을 봐야 할지를 먼저 선택해야만 했다. 내가 정한 기준은 3가지였다. 최소한의 재료로, 쉽게, 빨리 만들 수 있는 것. 3가지를 만족하는 유튜버를 찾은 다음 하나씩 따라 해보기로 했다.
모르는 것이 많고 생소했지만 어렵다고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모든 요리의 첫 단계는 재료 확인이었다. 재료를 준비하면서 우리 집 냉장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간을 맞추는데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원재료는 무엇인지 천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료가 준비되면 다음 단계로 들어갔다. 종류별로 야채를 다듬고, 양념장을 만들었다.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눈에 보이게 다 끄집어내고, 레시피를 수 차례 확인한 후 제조에 들어갔다.
요리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시행착오가 없지도 않았다. 정확히 계량하지 않고 대충 만든 음식은 자주 남거나 부족했다. 팬을 다 태워먹거나 간 조절 실패로 너무 짠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작은 냄비에 이것저것 잔뜩 욱여넣고 팔팔 끓이다가 사방으로 내용물이 튀었을 때는 앞이 캄캄했다.
니들이 가사를 알아?
"뭐 했길래 싱크대가 이 모양이고?"
끙끙대며 음식을 만들고 나면 부엌은 항상 쑥대밭이 되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음식을 하면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동시에 설거지도 했다. 눈과 손은 음식을 향해 있는데, 입과 귀는 항상 아이들을 향해 열려있었다. 어떤 음식을 하더라도 변수가 없었고, 음식의 완성과 동시에 싱크대는 깨끗해져 있었다.
끝이 없는 가사노동은 티도 안 나는 업무이지만 그렇다고 건너 뛸 수도 없다. 아이를 돌보고 청소를 하며, 세 끼 식사를 준비하고 크고 작은 온갖 일들을 꾸역꾸역 하던 일상은 곧 아내의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