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로 올라가던 갈림길사진은 실제 경사도와 나의 절망감을 표현할 수 없다.
유종선
나는 계단을 내려와 지도와 현장을 번갈아 살폈다. 자세히 보니 계단 옆에 담 너머 높이 찻길이 하나 나 있었다. 지도의 갈림길은 그 찻길이었고, 그럼 우리는 그냥 경사로로 가면 되는 것이었다.
"우주야! 아니었네! 아빠 진짜 쓰러질 뻔 했잖아!'
"아니 저는 진짜 이 길인 줄 알았어요."
우주는 그제서야 이게 아빠가 아예 못 해낼 정도로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만큼 며칠 사이에 발전한 우주의 길눈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땀에 절은 겉옷을 벗어 가방에 묶고 셔츠를 풀어제치고, 신화 속 시지프스처럼 짐가방을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오던 젊은 관광객들이 날 보며 웃으며 박수치면서 응원을 보냈다. 놀린 것에 가까웠지만 응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음부터는 이런 경우에 택시비를 아끼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2시간 반. 구글맵으로 도보 30분 거리를 <피지컬 100> 촬영이라도 해낸 기분으로 간신히 숙소 입구에 도착했다. 앱에서 표시된 숙소 이름과 실제 이름이 달라 또 한참 절망 속에 우왕좌왕하다 간신히 체크인하고 숙소에 들어가 쓰러졌다. 그 와중에도 여기가 '궁전 뷰'라는 글이 떠올라 커튼을 걷어 창 밖을 보았다.
창 밖에는, 정말 알함브라 궁전이 있었다. 있기는 했다. 다만 너무 가까이 있어서 거대한 벽면만이 보였다. 그 어디 어느 시대의 벽이라고 해도 대강 믿을 만한 그런 벽이. 그러니 홍보문구는 참말이었다. 벽만 덩그러니 보이는 게 너무 웃겨 우린 한참 웃었다.
케밥을 밥으로 착각한 아이
알바이신 사크라멘토 투어의 핵심은 일몰 감상이었다. 오래된 흰 색 집들로 가득한 산동네 마을을 거니며 먼 발치에서 노을이 떨어지는 알함브라 궁전을 보는 것이 이 투어의 백미였다.
우린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씻은 뒤 숙소를 나섰다. 배가 고팠다. 투어 집결 장소 근처에 메뉴가 무척 많고 소박한 식당이 있기에 들어가 앉아 우주가 먹을 만한 메뉴를 살폈다. 케밥이 보였다.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았다.
"우주야, 케밥 어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