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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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간호사로 근무하던 병원 수술실에 환자 신분으로 입장하게 되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생년월일은요?"
"수술 부위가 어디세요?"
"위요…"
이내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나의 회복을 돕고 있었다. 내 위는 암 조직과 함께 3분의 2가 잘려져 나간 후였지만 일찍 발견한 덕에 다행히 항암치료는 면할 수 있었고 몇 개월 병가 후에 복직했다. 100% 예전 몸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5년을 무사히 넘겼고 완치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수술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수술실에는 발암물질이 많다. 폼알데하이드, 방사선, 강한 소독멸균용액들… 그런 것들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나 외에 갑상선암 2명, 유방암 4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아무리 암이 흔하고 100명이 넘는 인원이 있는 곳이니 발병률이 높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은 해보지만, 보통의 회사원들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단 암뿐만이 아니다. 근무 중 날카로운 기구들에 상처를 입을 때도 많고, 각종 장비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기도 한다. 속도를 생명으로 일하다 보면 염좌, 골절도 수시로 일어난다. 그런데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제때 진료를 못 본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시간에 밥을 먹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진료 시간이 근무 시간과 겹치니 어쩔 수 없이 근무 시간에 가거나 점심시간을 쪼개서 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잘 맞추지 못하면 왜 예약을 그때 잡았냐며 구박받는다. 우리는 환자가 되어도 간호사의 신분으로 일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프면 안 되는 사람들, 간호사
환자들은 대부분 마취가 되어서 수술실에 있는 우리를 보지 못하지만, 손가락을 꿰맨 실밥이 달린 채로 일하는가 하면, 깁스한 채로 일을 하기도 한다. 소변을 너무 참아서 방광염에 걸려 혈뇨를 본 적도 있다. 새벽에 응급실에 갔다가도 다음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출근해야 한다. 방광염 따위로는 감히 아프다고 명함도 못 내밀기 때문이다.
신규 간호사 시절에는 배가 아픈 걸 참고 일하는 나에게 선배가 따뜻한 물병을 배에 대고 있으라고 해서 그렇게 참고 근무를 마쳤다. 그러다가 결국 저녁에 응급실에 갔는데 맹장염이었다. 따뜻하게 하면 안 됐었다. 만약 터졌으면 복막염으로 번질 뻔했다. 그날도 장기이식 수술이 진행 중이었고, 여유 인력이 없어서 다음날까지 기다렸다가 수술을 받았다.
위암 진단을 받았던 날도 울면서 병원에 보고했고, 멘탈이 와르르 무너져 정말 다음날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사람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당장 수술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물론 하루 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 정신으로는 환자를 대할 수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각종 검사를 하다가 갑상선 수치가 안 좋아서 전신마취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담당 의사는 갑상선 수치를 교정하자고 했고, 요오드를 먹었지만 좀처럼 수치는 안정화되지 않았다. 병원에 병가를 쓰고 싶다고 말했더니 갑상선 수치 이상으로 병가를 받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나를 무척 나약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나는 하루빨리 수술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대학병원 간호사인 나, 엄마로선 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