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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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기관 삽관 후 아기는 바로 회복됐고, 저와 당직의 선생님은 바로 수술실을 나왔습니다. 기관 삽관까지 하느라 시간이 꽤 오래 지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아기에게 안정을 주기 위해서 신생아집중치료실까지 온 힘을 다해 뛰었습니다.
병실에 아이가 도착하자 다른 아기들을 보고 있던 선생님들이 쌍둥이들에게 바로 붙어 빠르게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도착하자마자 수술 가운을 벗고 아기를 조심히 옮기고 처치를 도왔습니다. 쌍둥이이기 때문에 각각 두 명씩 붙어도 남은 인력은 2명뿐이고 그 2명은 남아있는 아기들을 대신 봐줘야 했습니다.
인공호흡기와 모니터 알람, 배가 고파 여기저기서 우는 많은 아이들, 처치에 바쁜 간호사와 여러 오더들을 하는 당직의 선생님들... 정신없는 와중에도 신규선생님이 잘 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신규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이 아기를 받느라 미처 보지 못하는 다른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비록 아기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시름 놓고 쌍둥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호흡기 세팅, 아기 상태 확인, 엑스레이 촬영, 수액 연결할 혈관 잡기 등 처치를 마치고 나서야 저는 제가 담당한 다른 아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다른 아이들을 보는 사이 당직의 선생님은 쌍둥이 곁에 앉아 밤새 아기들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아이들을 보고, 다음 근무조 선생님들이 오기 전에 신규 선생님이 놓친 것은 없는지, 실수한 것은 없는지 봐주고 나니 날이 밝는 게 보였습니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에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다행히 당직의 선생님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28주 쌍둥이들은 심박동수, 산소포화도 모두 밤사이 안정적이었습니다.
인력 부족이 해결돼야 하는 이유
다들 애써 준 덕분에 나이트 근무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가장 신경 쓰였던 쌍둥이들의 상태도 좋았고, 신규선생님도 걱정했던 것보다 자신의 일을 무사히 끝내주어 고마웠습니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쉴 시간도 없었던, 정신없는 근무였지만, 그래도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 다른 아픈 아이들의 생명을 밤사이 잘 지켜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러한 일이 매번 좋은 결과만 가져다 줄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력 간호사들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주로 보는데, 이제 막 환자를 보기 시작하는 간호사들의 뒤까지 봐줘야 하다보니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굉장히 큽니다.
의사들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어탠딩 이외에도 다른 것까지 일반 간호사가 떠맡게 된다면,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실수로 아픈 아기들에게 더 큰 아픔을 줄까봐, 그게 가장 걱정됩니다. 하루빨리 인력부족이 해결되어 온전히 아가들에게 집중하고 간호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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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주 6일 쌍둥이가 나온대"...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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