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교육원 단조반에서 수업 중인 17세 대장장이 이평화군.
이규홍
아들은 열일곱 살, 직업은 대장장이다(17세는 현 정부의 나이 계산법을 따른 것이다). 열세 살에 충북 보은의 '보은대장간'에서 대장장이 일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어언 4년째 '쇳밥'을 먹으며 수련 중이다.
보은대장간 유동렬 선생 밑에서 이년쯤 공부하다 유 선생의 추천으로 전통문화대학교 부설 전통문화교육원에 들어가 철물 단조 고급 과정을 수료했다. 드디어 국가가 인정한 진짜 대장장이가 된 것이다.
철물 단조 과정 수료 후 지금은 철물 장석 과정으로 편입해 공부를 이어가면서 집 뒷마당에다 허술한 작업장 하나 지어놓고 교육원 나가지 않는 날은 혼자 땅땅거리며 쇠를 두드리고 있다. 요즘은 유치원 어린이들이 체험 학습에서 쓸 수 있는 미니 호미를 만들어 팔아 용돈벌이도 하고 있다.
제 밥벌이 하는 우리집 아이들
우리 집 세 아이 모두 제도 교육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궁둥이 붙이고 하는 공부엔 저나 나나 흥미가 없어 다들 학교 밖에서 배움을 찾기로 합의를 보았으나 그동안 뭘 배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어디 나가 '줘 터지지' 않고 제 밥벌이는 하고들 있으니 아이들 교육을 말아먹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큰딸은 일찌감치 짝을 만나 아직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딸을 둘이나 낳고 잘 살고, 둘째는 집에서 농사도 짓고 멀지 않은 직장에도 다니면서 아비 호주머니 궁할 때마다 통장에 용돈을 꽂아주니 난 살판났다.
아들이 대장장이가 된 건 무슨 거창한 동기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그때 그 일이 눈에 띄었고 재미 있어 보여 시작하게 된 것일 뿐이다.
어른들의 못된 습관 중 하나가 틈만 나면 목표를 정하고 목적 없는 행동은 쓸데없는 짓이라 치부하는 거다. 자신들은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겐 꼭 안 해도 될 말을 정기적으로 진지하게 해댄다.
'인마,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는 거야. 사람이 목표가 있어야지. 그렇게 빈둥거릴 시간 있으면 책이라도 한 장 더 보고 문제라도 하나 더 풀어.'
그런 분들에겐 빈둥거림의 유용함과 목적 없는 놀이에서 얻게 될 창조성에 관해 열변을 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