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87세 어르신 책 도서관에 1년 간 전시하다88세, 87세 어르신 학생 책 당진시립도서관에 전시하다
이상자
그러다가 코로나19 발생으로 마을 학교 수업도 중단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비대면 수업을 해보기로 했다. 80대 어르신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못하기 때문에 줌으로는 못했다. 과제를 만들어 대문에 매다는 방법으로 했다. 교과서로 수업을 할 수가 없기에 교사가 재량껏 과제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다.
고심 끝에 A4용지 두 장에는 따라쓰기 문제를, 한 장은 A4용지 위 부분엔 그림 도안을 넣고 그 아래는 네줄 선을 그었다. 도안에 색칠하고 그림에 맞는 글을 지어 네줄 글을 써보기로 했다. 글을 지어 쓰지 못하는 학생은 교과서에 있는 문장을 쓰기로 했다.
드디어 대면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림 도안을 칠판에 붙여놓고 네줄 글쓰기 맞춤법 수정이 끝나자 88세 최 학생이 말했다.
"손주들이 집에 왔다가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며 할머니 그림 잘 그렸다고 입술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갔슈. 그런디 손주가 다음에 올 때 그림도구를 한 보따리 사 왔지 뭐유. 그래서 그림을 그려 봤더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밤에 잠도 안 자고 그려유. 밭매다 말고도 그린다니께유. 내가 그린 그림을 보더니 아랫집 사는 정○○두 같이 그려보고 싶다 해서 지금은 함께 그려유. 아, 그런디 나보다 잘 그려유."
나는 다음에 학교 올 때 그림을 가져와 보라고 했다. 다음 수업 때 두 분이 스케치북을 가져왔다. 스케치북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나. 어머나.' 이 말만 되풀이했다. 학교에 다녀보지 못한 80대 어르신이 그림을 제대로 배워보지도 못했는데 스케치를 직접 해서 이렇게 훌륭한 그림을 그렸다니 대대로 남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림을 책으로 만들어 자식들에게 주면 어떻겠느냐고 두 학생에게 말했다. 그냥 두었다가는 학생들 돌아가시면 자식들이 다 불태워 없어질 것 같아서다. 그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학생들도 그림을 보더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두 분에게 책 편집을 해드릴 테니 책으로 만들 것을 권했다. 그냥 두면 농사만 짓던 분들이라 이런 훌륭한 그림이 있는 줄 몰라 이 분들이 돌아가시면 그냥 없어지고 말 것 같은 조바심에 또 오지랖이 발동했다. 문제는 두 분 그림을 수집하고 편집해서 책을 만들려면 없는 시간을 쪼개 써야 한다. 그래도 꼭 책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더 큰 문제는 자비를 들여야 하는 것이다. 간신히 설득해서 책 만드는 것까지는 결정이 났지만, 몇 권을 찍어야 할 것인가도 문제였다. 인쇄소에서는 많이 찍어야 단가가 내려가고, 어르신들은 소량을 원하셔서 그러면 단가가 올라가 가격 타진이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작가란 소리를 다 듣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