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 항의 방문,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 또 다른 문제론 오늘 의결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절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차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 행정절차법에 따른 입법예고 문제는 절차적 흠결이긴 하지만 기간 단축에 대한 예외가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보다 실질적인 절차 흠결이다.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위원 3인 중 2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방통위법에 의하면 방통위 의결은 재적 위원 과반 찬성으로 가능하므로,
현재 재적 위원이 3명이니 2인의 찬성만 있으면 의결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설립취지에 비춰 볼 때 결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방통위원은 법상 5인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국회가 추천(여당몫 1명, 야당몫 2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바뀌면 불원간 방통위는 대통령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방통위법을 바꾸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
다만 방통위는 단순히 대통령의 지휘 감독을 받는 행정기관이 아니다. 정부의 방송 통제는 어떤 경우에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방통위는 독립적 운영을 최고의 가치로 설립됐다. 이를 위해 방통위 구성을 정부(대통령)에 일임하지 않고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야당이 5분의 2를 차지해 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통위가 현재 매우 비정상적 상태에 있다. 한상혁 전임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면직 처분돼 위원장 공석 하에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야당몫으로 국회 추천을 받은 사람은 대통령 임명장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이로써 현재 방통위원은 3인이며 이중 야당 추천 위원은 1명에 불과하다.
모름지기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는 임시적으로 기관의 현상 유지 기능을 담당하고 중요사안을 다루는 것은 삼가는 게 기관 운영의 보편적 관행이자 원칙이다. 이것은 독임제 행정기관은 물론이거니와 합의제 기구에선 더욱 중요한 원칙이다. 사실상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아직 위원 구성도 다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만으로 중요사안을 독단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콘센서스를 중시하는 합의제 기구의 속성상 맞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방통위법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말하면, 현재 재임 중인 방통위원 3인 중 2인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상 받아들이기 힘들다. 방통위법상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것은 입법 취지상 5인 재적 위원을 상정하고 3인 이상의 찬성을 말하는 것이지(즉 5인 중 3인 이상, 곧 60% 이상의 찬성) 지금과 같이 구성원 중 40%가 결원된 상태에서 과반인 2명 이상의 찬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만일 이것이 가능하다면
극단적인 상황(현재 3인 중 1명 혹은 2인이 사퇴했다고 가정하자)에선 위원 1명이 마치 독임제식으로 방통위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야권 추천 위원인 김현 위원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퇴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결 당시에는 2인 위원만이 참석해 의결했다는 이야기다. 5인으로 구성된 방통위가 2인 출석으로 중요안건을 처리했다고 하는 것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운영상 결코 용인되기 어렵다고 본다. 이것은 우리 헌법이 합의제 국가기관에 요구하는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인권위의 경우,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인권위법도 방통위법과 같이 의결은 과반의 찬성으로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인권위 전원위에서 안건을 의결하려면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설혹 1명이 결원이 돼 재적위원이 10명이라도 마찬가지).
내가 아는 한 지난 21년간 인권위 전원위 의결 과정에서 의결정족수가 단 한 번도 6명 아래로 내려가 의결된 적은 없다. 그런 이유로 인권위 전원위는 6명 이상 참석하지 않으면 회의를 열지도 못하며 안건 토론 후 6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어떤 안건도 통과되지 못한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3인으로 구성된 상임위는 아예 의결을 하기 위해선 4인 중 3인이 찬성해야 한다는 내부 규칙을 두고 있다. 더 나아가 상임위원 1인과 비상임위원 2인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는 3인 전원 합의가 안 되면 의결 할 수 없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 무릇 독립적인 위원회 운영은 바로 이런 것이고, 그 운영방식은 방통위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3. 마지막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