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안> 본 홍성 민간인학살 유족들 "메시지에 공감

지난 8일 관람 후 구자환 감독과 대화

등록 2023.07.10 09:28수정 2023.07.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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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충남 홍성에서는 영화 <태안>이 상영됐다. 단상에 올라온 홍성 유가족들 ⓒ 이재환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을 본 충남 홍성지역 민간인학살 유가족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화해'를 강조한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을 표했다.   

작품 속에 등장한 태안 지역 유가족들은 영화 끝자락에 "이제는 가해자 가족들과 피해자 유가족들이 서로 화해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홍성 유가족들은 이 말에 그 누구보다도 더 깊이 공감하는 듯 보였다. 홍성 유가족들 또한 태안 유가족들과 동일한 '상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충남 홍성군에 있는 홍성문화원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이 상영됐다. 이날 영화 상영은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충남연합회, 홍성유족회가 주관하고 충남공익활동지원센터가 후원했다.

영화 상영 직후 구자환 감독과의 대화가 윤해경 홍성문화연대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 전, 홍성지역 유가족들이 단상에 올라와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이병학(홍성 유가족)씨는 "영화의 내용이 우리 아버지가 당했던 내용과 비슷했다. 살해 장소와 살해 과정 거의 유사했다. 그 당시 나는 두 살이었다.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성장했다. 나 또한 연좌제로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에 응어리가 져 있지만 결국 (가해자와) 화해를 해야 한다는 태안 유가족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이제는 상처를 딛고 화해의 길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태성(홍성 유가족)씨는 "나도 이제 여든이 가까운 나이이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은 지금까지도 명예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요즘말로 '왕따'를 당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서울로 도망쳐야 했다. 서울에서 공업고등학교를 다닐 때 게시판에 '공산주의 좌익 자식들은 원서를 내지 마라'는 취업공고가 붙은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진보와 보수는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공산당이니 좌익이니 빨갱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도 치가 떨리고 불안하다. 영화를 보면서 태안군민들이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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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충남 홍성에서는 영화 <태안>이 상영됐다. 오른쪽 구자환 감독, 왼쪽 윤해경 홍성문화연대 대표. ⓒ 이재환

 
유가족들의 말을 경청한 구자환 감독은 "유가족들과 희생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당당하게 진상규명과 국가의 사과를 요구했으면 한다"며 "내가 <태안>을 영화 찍은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건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학살사건이 해방 시점부터 한국전쟁 당시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한국 대통령은 주요 사건에 대해서만 사과했을 뿐 모든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해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난다. 이때 제대로 진실이 규명됐다면 광주 학살 사건(5.18광주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고, 구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1960년대 4.19 이후부터 개개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이루어졌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작기간이 2년 정도 소요된 <태안>은 지난 2022년 10월 개봉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태안군에서도 국민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7월 12일 태안경찰서는 후퇴하기 직전에 태안 사기실재에서 115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구자환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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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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