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번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단절을 경험하는 코로나 학번
pixabay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는 여전히 만나서 술도 한 잔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지만, 막상 각자 캠퍼스로 가면 마음을 나눌 친밀한 사람을 만들 시간이 그들에게는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참 재미없는 학교생활이겠구나 싶었다. 많이도 말고 딱 한 명만 있어도 되는데.... 물론 조카를 포함해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간관계에 관심이 덜 하다고는 한다.
하지만 조카가 심리학 강의를 선택해서 들은 이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이었다는 말은, 이 학번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궁금해서 뉴스 기사(
대학 생활 빼앗긴 '코로나 학번' 캠퍼스가 낯설다)를 찾아보니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입학한 학번들은 오리엔테이션과 MT 등이 없어 이전 학번보다 선배 또는 동기들과 어울릴 일이 적고, 학교 생활의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고 한다.
또 코로나19 시기에 입학한 일반대학 신입생의 휴학률과 중도 탈락률이 예전보다 늘었다고도 했다. 조카한테 들은 것과 비슷했다. 다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며 지내겠지만 마음은 헛헛할 것 같았다.
함께 하는 힘
조카를 통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던 코로나 학번의 어려움을 들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내 상황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본가로 오자마자 코로나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했고 사람 만나는 일은 일부러 자제했다. 연세 많은 엄마와 함께 살기 때문에 혼자 살 때보다 더 조심했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마스크 쓴 사람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처럼 어디를 가나 혼자인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내향형이라 원래도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몇 안 되더라도 그 관계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게다가 타지에서 오래 살다 왔기 때문에 이곳에는 시간을 함께 보낸 지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 요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글 쓰는 일도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보니 혼자 책을 읽고 혼자 글을 쓰는, 혼자인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인 중에는 글 쓰는 사람이 없고, 쓰는 일도 오랫동안 한 일이 아니었던 탓에 글을 쓰며 하게 되는 고민을 나눌 기회도 잘 없었다. 그래서 조카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겪는 혼자라는 느낌에 더 공감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최근 글 쓰는 사람들과 그룹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단톡방에서 하는 이야기가 주로 글 쓰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 그간 느껴보지 못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서부터 점점 더 깊은 대화로 들어가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즐거워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서인지,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넓었다. 줌으로만 만나다가 얼굴을 직접 보는 자리를 가졌을 때도 어색함은 없이 반가운 마음이었다. 앞으로는 서로의 글을 합평하는 시간도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