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모님과 아내가 함께 만들었던 국수. 국수는 나의 최애 음식 중 하나이다.
권진현
"갈란다."
국수를 드시고 잠깐 쉬시던 장모님께서 갑자기 일어나셨다. 좀 쉬었다가 가셔도 되는데 장모님은 자꾸만 가겠다고 하신다. 혹시 딸의 집이 조금은 불편하다고 느끼신 것일까.
결혼 후 10년이 넘도록 본가와 처가를 매주 방문하고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주들과 놀아주고, 한 주간 먹을 반찬을 양가에서 받아오는 것은 어느덧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양가 부모님댁을 방문하는 빈도 수로만 따지면 상위 3% 안에는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모님은 왜 자꾸만 가신다고 했을까. 그러고 보니 10년이 넘도록 우리가 부모님 댁에 방문하는 것은 익숙했지만, 부모님이 아들 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부모님들은 우리의 초대가 없이는 1년이고 2년이고 집에 오시지 않았다. 어쩌면 장모님이 우리 집을 어색하게 느끼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초대한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외출을 한다. 먹고살기 바쁘고 아이들을 양육한다는 핑계로 부모님은 항상 뒷전이다. 갑자기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것이 영 어색했을 할머니를 집으로 초대한 것은 딸과 사위가 아닌 6살 손주였다.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늘 강조한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려고 노력해 왔다. 매주 자녀들과 양가 부모님 댁을 방문하면서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자위했다. 하지만 사위의 집에서 뭔가 어색해 보이던 장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까?
첫째가 한창 어릴 때 어머니와 장모님을 모시고 전라도 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잘 나가지도 않는 오래된 중고차에 5명이 억지로 타고 간 여행이었다. 두 분은 귀찮게 무슨 여행이냐고 하시면서도, 무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린 채 쑥을 캐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셨다. 공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아들 딸, 손녀와 함께한 그 시간을 당신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어느덧 두 어머니는 칠순을 바라보고 있다. 부쩍 야윈 몸과 갈수록 굽어지는 등을 보면서 세월의 흔적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매주 방문하는 아들 딸, 손주를 대하는 당신들의 마음이다.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워낙에 부족한 자식이다 보니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지금도 걱정을 끼쳐드리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적어도 부모님이 아들 딸의 집에 머무는 것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때마침 장인어른의 생신이 7월이다. 이번에는 손주가 아닌 사위의 초대로 장인과 장모님을 모셔봐야겠다.

▲ 2017년 4월 두 엄마와 손녀가 전라도에서 찍은 사진.
권진현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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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래를 좋아하고 국밥과 칼국수를 사랑합니다.
가끔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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