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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수신료 분리징수 향한 걱정... "KBS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주장] "국제뉴스, 지역방송국 운영, EBS의 필수 재원인데..." 목소리를 무시 안 돼

등록 2023.07.12 14:52수정 2023.07.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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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윤석열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가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가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 ⓒ 연합뉴스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전기요금에 합산됐던 TV수신료 2500원은 별도의 고지서로 청구될 예정이다. 

그동안 TV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합산 징수됐다. TV수신료만 분리 납부하기가 어려워서 내지 않으면 전기료 미납으로 처리돼 단전 우려가 컸다. 이는 TV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삼는 KBS·EBS에 대한 신뢰 여부를 떠나 TV수신료 분리징수를 반대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TV수신료 분리 징수를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가장 큰 우려는 분리 징수가 언론 장악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TBS의 재연?... 시사프로그램 폐지 또는 외부 진행자 하차

KBS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18억 원, 사업손실 90억 원을 기록했다. 총수입은 1조 5305억 원이었는데 이중 수신료 수입은 6934억 원으로 전체 재원에서 45%를 차지한다. 수신료 외에 광고 수입이 전년 대비 65억 원 감소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로 수신료 수입이 6274억 원에서 1936억 원으로 약 4338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0일 김의철 KBS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신규 사업 모두 중단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a  서울시의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TBS 노조원들

서울시의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TBS 노조원들 ⓒ 전국언론노동조합TBS지부

 
김의철 사장의 '비상 경영' 선포는 TBS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정치 편향을 이유로 서울시는 예산을 삭감했고, TBS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등의 프로그램들이 폐지됐다. TBS는 제작비가 0원으로 줄어든 탓에 외부 진행자들을 줄줄이 하차시켰고, 프리랜서 작가들을 내보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KBS도 TBS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신규 프로그램 제작 중단에 이어 시사프로그램 축소와 외부 진행자 및 프리랜서 작가들에 대한 하차설까지 돌고 있다. 이후에는 정권에 우호적인 외부 인사들의 패널 참여와 PPL에 의존하는 프로그램 증가로 인한 질적 하락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영언론에 대한 책임에 힘을 쏟기보다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예산 또는 광고라는 목줄에 매이는 사태까지 벌어져 공영방송이 사라질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나온다.


KBS를 버려야 하나?... 미디어 공정성을 지킬 이유 

TV수신료 분리 징수로 KBS가 어려움에 직면한 사태를 두고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있다. 공정성을 지키지 못하고 방만한 운영 등으로 스스로 몰락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BS는 2012년과 2017년에 파업을 한 바 있다. 정권의 낙하산 사장 임명으로 벌어진 언론인들의 징계와 해직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연대 총파업은 국민들에게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이후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다양한 언론과 유튜브 채널 등이 개설됐지만 여전히 공영방송과 지상파 뉴스,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목마름과 요구는 남아 있다. 
 
a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앞에 한 보수당의 TV수신료 분리징수 촉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앞에 한 보수당의 TV수신료 분리징수 촉구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TV수신료 분리징수가 KBS의 공정성이나 재정 독립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정권 입맛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과 함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1일 현업 언론인·시민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영방송 공적재원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 노동자, 학계, 공영방송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즉시 구성하라"며 "입법기관인 국회가 나서서 수신료 징수 근거를 법률로 확정할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하라"고 요구했다. 

KBS가 수신료 분리 징수로 재정이 악화되면 미디어 공공성보다는 정권에 우호적인 보도나 상업성에 치우친 프로그램만 살아남을 수 있어 지금보다 더 나쁜 언론으로 흑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민언련'은 11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KBS가 수신료에 걸맞은 공적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수신료는 KBS에만 쓰이지 않는다.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대하사극과 분쟁지역에도 특파원을 파견해야 하는 국제뉴스,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위한 지역방송국 운영, 사교육 경감과 보편교육을 위한 EBS 프로그램 등 각종 공적 역할을 감당하는 공영방송의 필수 재원"이라며 수신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TV수신료 분리 징수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정당한 절차나 공론화 없이 무작정 절벽으로 미는 것만이 옳다고 보기도 어렵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TV수신료 #KBS #언론 #윤석열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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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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