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공
오정훈
그러니까 이 모든 움직임은 결국 함께하는 동료들을 위한 것이었다. 축구 없이 혼자 움직이던 때는 잘 뛰지도, 땀을 내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던 내가 너희를 위해서 발바닥이 아플 때까지 뜀박질하고, 땀으로 샤워를 하고, 내가 여기 있다고 너희 옆에 있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나는 변했고, 이는 너희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축구왕 아닌 축구왕들이 있어서
이 칼럼 연재의 제목을 '언젠가 축구왕'으로 정했을 때는 내 성장만 기대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축구왕은 혼자 될 수 없다. 함께 뛰는 내 친구, 매너 좋은 상대편 선수들, 열정과 애정으로 가르침을 주는 스승들까지 모두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축구왕'이 아닌 '축구왕들'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을 차는 1년여 동안 정말 많은 이를 만났다. 몸 담았던 축구팀과 축구교실, 동네 풋살장에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몸을 부대낀 매치까지, 한 동네 사는 초등학생 2학년부터 고양시에 사는 주부까지, 나를 스쳐 지나간 축구인들을 곱씹어보면 못해도 200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 수많은 이들의 얼굴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과연 우리가 축구라는 매개가 없었다면 우리가 옷깃 한 번 스칠 수 있었을까?
지금은 내 성장뿐 아니라 당신들의 성장까지 함께 바라게 되었다. 내가 환갑 전에 축구왕이 될 일은 어쩌면 요원하지만, 당신들과 함께 근근이 성장하는 것이 축구왕의 덕목이라면, 어쩌면 가능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