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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청년만 콕 집어, 대체 왜?" 폭발한 '시럽' 논란

여성단체들 "웃으며 실업급여 신청, 왜 문제인가"... 이준석은 "50대이상 부정수급 더 많아"

등록 2023.07.14 17:33수정 2023.07.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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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삭감 운운하며 노동자 삶 위협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국회앞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참여하는 여성노동연대회의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한다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는) 한 부류는 아주 어두운 얼굴로 온다고 한다. 일하고 싶은 실질적 구직자다. (중략) 한 부류는 밝은 얼굴로 온다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아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


때아닌 '시럽 급여' 논란을 불러온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말이다. 이 발언은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 이후 나왔다. 최근 정부 여당은 최저임금 80% 수준의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 조정, 더 나아가 폐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공청회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공무원은 실업급여 수급 대상을 "갑자기 실업 당한 남자 분들"과 "여자 분들과 계약기간이 만료된 청년들"으로 나눠, 전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오는데" 후자는 "이 기회에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며 즐긴다"고 했다. 

"정부여당, 밝은 얼굴로 여행가는 국민들 못마땅할 때냐"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21년 백서를 보면 구체적 수치가 나온다. (중략) 여성과 청년들은 불안정한 고용을 겪으며 고용중단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계로 나온다. 성별, 세대별, 산업별로 고용중단 상황은 각기 다르다는 것이 투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여성과 청년 세대를 꼭 집어 실업급여를 가로채는 부정의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저의가 뭘까."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높은 생계비를 감당하려고 밥, 잠, 쉼 모두 밀어 넣고 돌봄 노동과 임금 노동, 자기계발 사이를 끝없이 오가며 산다. 희망 없는 자포자기로 현재만 생각하는 수많은 이들을 가까이서 본다. (중략) 고용노동보험 납부자에게는 '이거라도 있으니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누구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밝은 얼굴로 여행가는 국민들을 못마땅할 때가 아니다." (김제이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 복지팀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14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업급여 수급자가 많은 현실에 대해 실업 상태의 노동자를 사회가 어떻게 구제할지 고민은 없고 노동자이자 시민인 실업급여 수급자를 국가 예산을 축내는 존재로 대하며 부정수급 골라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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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삭감 운운하며 노동자 삶 위협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국회앞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참여하는 여성노동연대회의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청년과 여성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웃으며 노동청을 찾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국장은 "고용보험 재정이 불안하면 합리적 재정 계획을 세울일이지, 극소수에 불과한 여성과 청년, 그것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을 부정수급자로 몰아세우며 지출을 줄인다는 것"이라면서  "노동자는 항상 쉼없이 일하고, 고용이 중단되면 우울과 불안을 겪다 바로 일해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다"라고 주장했다.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은 "실업급여는 일 안하고 싶은 사람이 베짱이처럼 놀고 먹으며 공짜로 타먹는 돈이 아니다"라면서 "실직에 대비해 고용보험을 들고, 이를 바탕으로 실직과 재취업 기간 동안 생계 불안감을 덜어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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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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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를 노동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우산'으로 표현하고, 이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뺏어 버린다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기금 고갈 원인, 부정수급? '코로나 확산' 원인 짚은 고용노동부 백서

고용보험기금 고갈 원인을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증가 등 구조적 원인이 아닌, 일부 수급 대상자에 맞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비판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2021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709만원(4인 가구)입니다. 1인 가구 기준으로 해도 299만원입니다. 최저임금의 80%, 실업급여 1일 하한액은 2023년 올해 61,568원입니다. 하루 6만 1천원으로 살아보십시오. 그 돈, 여당 의원님들에겐 저녁 1끼 밥값 정도 아닙니까? 그걸로 하루 살아보십시오. 정말 달콤한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시럽급여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는 집권여당"이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게재하고 "(고용보험기금 고갈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위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2022년도판 고용노동백서를 보면,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악화된 이유로 '코로나19확산'을 꼽고 있다. 백서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실직으로 구직급여 수급자가 급격히 늘어나 실업 급여 지출도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비판을 보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실업급여를 받아 소고기를 먹든 명품을 사든 그건 개인의 자유인데, 그것보다 눈길이 가는 통계는 부정수급자의 절반 가까이가 50대 이상이다"라면서 "소고기 먹고 해외여행 가는 건 범죄가 아닌데 부정수급은 범죄다. 이런 걸 근절하는 것에 매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대출 "고용보험 적자구조 바꾸잔 것... 청년 기회 뺏는 일 없다"

이 전 대표가 인용한 통계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016년 발간한 '부정수급 방지대책 및 개선방향'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에선 실업급여 부정수급 문제 해소 방안으로 현 여당이 제시하는 '하한선 하향 또는 폐지'가 아닌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제시했다.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업안전망이 미흡한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가족의 지원이나 별도 생계수단이 없다면 실직은 곧 빈곤화를 의미하며, 이는 곧 실업급여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실직자들이 생계형 부정수급자로 전락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거나 현행 수급액으로 생활유지가 곤란해 부정수급을 하게된 사례들이 증가한다면 실업급여 지급액을 포함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노력을 통해 부정수급 원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수급 단속을 강화할 경우 실직 근로자들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오고 지역 경제위기와 더불어 사회 불안 요인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한편,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같은 날 오후 자신의 SNS에 자신이 주장한 실업급여 개선은 "(고용보험기금이) 10.2조원 흑자였다가 3.9조원 적자나는 구조를 바꾸자는 것,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 공정한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청년에게 주는 혜택과 기회를 뺏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을 향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야권의 공세로 일축했다. 그는 "민주당은 엉뚱한 말, 없는 주어 슬쩍 끼워넣어 왜곡하고 앞뒤 교묘하게 잘라 가짜뉴스 만드는 습성을 버리라"고 말했다. 
 
#실업급여 #시럽급여 #박대출 #국민의힘 #고용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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