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마당할머니의 존엄, 해바라기
김지원
7월을 맞이 하지 못하고 할머니께서 소천하셨다. 돌아가시기 2분 전, 엄마께서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려 스피커폰으로 20초씩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하셨다. 그렇게 할머니께서는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
제주에서 일주일을 지내며 할머니가 호스피스 전문병원에 오셔서 만난 많은 감사한 사람들과 순간들을 나도 만났다. 엄마를 통해 듣고, 이곳에 와서 직접 보니 더 감사한 마음이다. 세상은 이렇게 마음을 더해주는 은혜들이 모여서 기적적으로 살아감을 느꼈다.
장례식을 마치고 할머니 집에서 열린 가족회의, 어디에 기부를 하고 어떤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지를 논의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어느 누구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감사와 사랑뿐이었다. 할머니께서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혹자가 말하듯, 장례는 남은 자들을 위한 의식일지 모른다. 그래서 생전에 최대한 사랑하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할머니와 꽤 오랜 시간 이별을 준비했다. 최대한 자주 찾아뵙고 통화하고 표현하고 사진으로 담았다. 그래서 아흔 다섯 우리 할망과의 이별이 슬픔보다는 감사와 사랑으로 남았다.
내가 제주를 떠날 때, 할머니 집 마당에는 노랗게 활짝 핀 해바라기들이 잔뜩 피어있었다. 비바람이 모질게 불어도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로 튼튼한 줄기를 믿고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병원으로 떠나실 때 아셨단다. 지금 이 집을 나서면 다시는 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걸. 그래서 초록 줄기만 무성했던 해바라기 마당을 한참이나 바라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