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리러 갑니다시민기자 오창환님이 연재했던 기사를 묶어 책을 내셨다.
도트북
책 이름은 <오늘도 그리러 갑니다>(오창환, 2023, 도트북). 그리기 위해서 매일 나가야 하는 어반스케치만의 개성이 책 표지에 잘 드러나 있었다.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니. 어반스케치가 정확하게 뭐지?'
궁금해서 책에 설명해 놓은 부분을 찾아 읽어보니 현장에 직접 가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튼 특징이라고 했다. 아래와 같은 선언문도 있었다.
어반 스케치 그룹은 창립 당시 8개 조의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참으로 간단하고 훌륭한 문장이며 어반스케치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제1조. 우리는 실내 혹은 실외에서, 직접적 관찰을 통해 본 것을 현장에서 그린다. ( We draw on location, indoor or out, capturing what we see from direct observation) - p. 34
이어지는 설명은 이랬다. 사진의 발명은 미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그림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사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만든 것이라고. 이제는 사진을 먼저 찍고 그것을 보고 그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라고도 했다.
그러고 보니 드로잉 수업에서 늘 사진을 보고 그렸는데 그걸 깨닫지 못했다. 중고등학교 미술 시간에는 야외에 나가 직접 풍경을 보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그제야 생각났다. 실내에서도 교탁 위에 놓인 과일이나 꽃병을 눈으로 보면서 그렸는데, 언제부터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리게 된 걸까.
물론 작가는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무엇을 보고 그리든 그건 그리는 사람의 자유라는 열린 마음으로 말이다. 다만 어번 스케치는 그와 다른 방식인 '직접 관찰'로만 그리고 그렇게 그릴 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편리함을 뒤로 하고 직접 나가고, 보고, 그리는 작업은 뭔가 다를 것 같았다. 또 예상치 못한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림을 완성했을 때 성취감은 훨씬 더 클 것도 같았다.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그린 이화여대 박물관 앞 <용의 맥>, 길에 간이 의자를 놓고 거기에 앉아 그렸다는 추억의 성북구 삼선동 골목길 등은 사진만 보고 그린 그림과는 다른, 어떤 마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오호, 좀 멋진데? 어반 스케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디테일, 스타일, 스토리가 살아있는 어반스케치
어반 스케쳐들은 그래서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만 있어도 그림을 그리는 어반 스케쳐 등 뒤에 서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싶게 하는, 매력을 갖고서.
혹시 야외에서 어반 스케치하는 광경을 직접 본 누군가가 '왜 여기서 (학생들도 아닌 성인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나도 옆에서 귀를 쫑긋하고 들을 것 같다. 좋은 어반스케치에는 '디테일, 스타일, 스토리'가 살아 있다는데, 그게 궁금해서 말이다.
읽을수록 디테일과 스타일이 살아있는 그림이 책 속에도 가득했다. 여기에 그림에 얽힌 스토리도 흥미진진한 것이 많았다. 얼마나 많은 자료를 조사했을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책 속에는 3가지가 잘 어우러진 55개의 어반 스케치가 제각각 색을 발하고 있었다. 어느 곳을 펼쳐도 보고 읽는 것이 간간했다. '거기, 존재했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그림. 그날에 작가 컨디션, 끌림, 온도와 습도, 주변 상황, 함께 했던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종이 위에 고스란히 새겨져 어반 스케치가 되었다.
아찔한 높이에서 몇 시간을 몰입하여 디테일을 완성하는 것. 거의 다 그린 그림에 실수로 떨어트린 잉크 자국도 스타일이 되고, 거기에 작가만의 이야기를 담아 낸 것이 어반 스케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