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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험 가입하고 음성 메모 켜는 교사들, 이게 현실입니다

교사를 불신하는 학부모, 보호하지 않는 학교... 교실 붕괴 멈추기 위해서 해야할 일

등록 2023.07.24 11:57수정 2023.07.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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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한 참가자가 전국 초등교사 성명서를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지인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사진으로 바뀌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몇 명이서 함께 제주 여행을 다녀와서 성산일출봉 사진으로 바꾸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수십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바뀌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프로필을 업데이트한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조의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 사진이었다. 

나는 강원도 시골의 초등학교 교사로, 1박 2일 해양 캠프 중에 서울의 한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때 우리 반 아이들은 주문진 해안에서 생존 수영 교육을 받고, 팀 단위로 고무보트의 노를 젓는 중이었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었고, 강사도 여럿이었지만 나는 초긴장 상태였다.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해병대 장병이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한 상태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본 직후였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해양 캠프에서는 변수가 많다. 아이가 바닷물을 마시기도 하고, 추위에 오한을 느끼기도 하며, 한 번 몰아친 파도에 몸이 떠밀리기도 한다. 현장에서 아이가 아무 탈 없이 교육을 마쳤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귀가 후 어떤 민원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바다 온도가 낮은데 무리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아이가 힘들어했다고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아이의 몸 상태와 의사를 반영해서 실시한 교육이었다고 해도 학생과 학부모가 사후에 불쾌함을 느끼면 신체적 정신적 '아동학대'로 몰릴 수 있다. 이번에는 다행히 평화롭게 종료된다. 좋은 분들을 만난 것이다. 퇴근 후 서너 시간이 지날 때까지 혹시라도 항의 전화가 올까 긴장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스스로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는 교사들 

이번에 경력 2년 차 선생님이 교실에서 생을 마감한 사건을 동료 교사에게 전해 들었을 때 내가 처음 한 생각은 "남의 일이 아니다"였다. 2009년에 입직한 이래, 교육 현장이 붕괴하는 장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겪었다.

교과서를 전혀 펼치지 않고, 수시로 같은 모둠 아이를 방해하는 아이를 제지하다가 학부모에게 '내 아이를 나쁘게 보는 교사'라는 성난 원성을 들은 적이 있다. 신체 접촉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어깨에 손이라도 올렸다간 담임 교체를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 이 정도 사연은 너무 흔해서 교직 사회에서 화젯거리도 되지 않는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특이한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권침해 사건 발생에 대비한 보험 상품에 동료들이 가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험비는 상품에 따라 다소간 차이가 나지만 대략 월 1만5000원 선이었다. 소액이라고는 해도, 전에 없던 일이다. 

예전에도 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나 노조에 가입해 자신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선배들도 아무 소속이 없는 후배에게 '보험용'으로 취향에 맞는 곳에 가입하라는 조언을 하고는 했다. 그렇지만 단체 가입으로도 모자라서 사설 보험을 드는 현상은 최근에 발생하는 트렌드다. 

휴대전화 관련해서도 변화가 있다. 업무용 번호와 개인용 번호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선생님은 십여 년 전부터 꽤 있었다. 학부모가 SNS 사진을 보고 '왜 남차친구와 놀러 간 사진을 올리느냐, 보기 거북하니 내려라' 같은 요구를 하기에 번호를 아예 나누어 버리는 것이다. 혹은 단말기 자체를 두 대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생소한 장면을 목격했다. 통화 녹음이 어려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선생님이 전화를 하다 말고 손목을 향해 계속 말을 하는 것이다. 불편하게 고개를 꺾어서 전화를 하는 모습이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낯설어서 나중에 연유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요주의 학부모와 통화 중인데 휴대전화에 통화 녹음 기능이 없어서 스마트워치의 음성 메모를 사용한다고 했다. 나는 그 휴대전화를 써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녹음 기능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안드로이드를 고집하는 선생님도 있는 모양이었다.

교권 침해는 이제 일상의 공기처럼 학교에 깔려있다. 수학 익힘 문제를 안 풀고 책을 집어던져도 큰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 혼낼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 혼내면 모욕감을 느꼈다고, 따로 불러서 혼내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수 있으니 아주 침착하게 아이가 열받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게 진실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인 것처럼 교사들은 점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자제하려 한다. 열심히 해서 민원의 빌미를 주는 것보다, 무난하게 지내는 편이 신상에 이롭기 때문이다. 

각자도생 학교... 우리는 '생존'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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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인근에서 열린 전국교사 긴급추모행동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2일 보신각에서는 서울에서 돌아가신 선생님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그날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들이 손에 쥔 종이에는 '교사 생존권 보장'이 적혀있었다. 현재 현장 교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권익의 확보가 아니라, 생존권의 보장이다.

선생님들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원인은 내가 느끼기에 크게 두 가지다. 오용되고 있는 '아동학대'의 개념과, 학교 밖에서 터진 사안까지 교사가 처리해야 하는 학교폭력법.

친권자의 방임 및 학대 행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아동학대법은 학교에서 마구잡이로 교사들을 찍어 내리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교사는 직위 해제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다.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나온다 하더라도, 장기간 수사에 시달리며 몸고생, 마음고생을 해야 한다. 소수의 제어할 수 없는 학생과 적대적인 학부모는 법을 악용하여 교사를 궁지로 몬다.

극단적인 형태로 교사와 각을 세우는 학부모가 소수라고는 해도 그 소수로 인해 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학급이 부지기수다. 오죽했으면 유명한 문제 아동이 소속된 학급의 다른 학부모가 "선생님도 바뀌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보기까지 할까. 교실 붕괴의 최대 피해자는 다수를 차지하는 나머지 아이들이다. 

학교폭력법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당연히 갈등이 생긴다. 성장의 과정에서 충돌하는 순간이 없을 수는 없다. 화해할 것은 화해하고, 선생님이 개입할 것은 개입해서 중재해야 하는 사안들이 있다. 그런데 사안의 경중을 논할 여지도 없이 일괄적으로 학폭 신고를 해버리려 하니 학교가 경찰서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학교 밖에서 발생한 사안을 학교에서 처리해야 할 때도 있다. 

물론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관계에서 일어난 심각한 사안은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사소한 다툼에 행정력과 교육력이 소모되어, 정작 중요한 사안에 집중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문제 해결과 관계 회복에 초점을 두지 않고 법정 다툼으로 몰고 가서 이득을 보는 것은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들이다. 요즘 변호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학교 폭력 대응'과 '교권 침해 대응'이라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올해 나와 가까이 지내는 선생님 한 명은 교권침해를 겪은 후 교원단체에 가입했다. 뭔가 엄청난 것을 기대하고 가입한 것은 아니고,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함이었다. 교권침해를 겪어보니 교감 교장도, 교육청도 선생님의 편에 서주지 않았다는 넋두리를 하면서, 결국은 개인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혹 무마해야 하는 일이라고 치를 떨었다. 

주변 선생님들은 그 선생님의 반응이 특별히 유난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교실로 돌아간 동료들은 '각자도생'의 냉혹한 학교 생존 법칙을 되새기며 실력 좋은 변호사를 알아보았다.

시민단체 활동을 활발히 하는 부장 선생님은 어떤 혁신 학교에서는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면 모든 교원이 하나의 팀으로 대응을 한다고 알려주었다. 멋진 소식이었지만 특정 학교에서 단합이 잘 되는 동료를 만나지 않는 한 일반화될 수 없는 해결 방법이었다.

생존을 염려하며 방어적으로 교직 생활을 해야만 하는 학교는 과연 정상인 걸까. 인복이 따라주어야만 한 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지금의 교실은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 아닐까. 문제 학생을 지도하느라 교사에게 주어진 에너지와 집중력을 대부분 소진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미안해하는 일들이 반복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학교에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호의와 걱정보다도 실질적으로 교사의 생사여탈 결정하는 법의 개정이다.
#학교붕괴 #보신각 #교권 #교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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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입니다. <선생님의 보글보글> (2021 청소년 교양도서)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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